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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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이나경/옮김

-황금가지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작품 속 두 가족은 미국에 거주하는 흑인 가족과 한인 가족이다. 두 가족은 서로 다른 이유로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에게 상처받고, 서로를 오랫동안 되새긴다. '복수'라는 감정은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끝나지 않는 저주로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다. 어쩌면 가장 큰 복수는 내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일 터이다. 복수를 꿈꾸며 상대를 증오함은 내 삶도 함께 지옥으로 던져버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에이바와 숀은 부모를 일찍 잃고 이모의 집에 거주해 사는 남매이다. 이모의 심부름으로 우유를 사러 간 한인 상점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은 그들의 인생을 이전의 삶과 다르게 만든다. 그레이스는 부모와 함께 약국을 운영한다. 엄마와 문제가 생겨 집을 나간 언니 미리엄이 부모와 화해하길 바란다. 하지만 전혀 뜻밖의 사건으로 미리엄은 집으로 돌아오고 그레이스는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된다.

모두에게 잔인한 사건이었다. 흑인 소녀 에이바를 뒤에서 쏘았을 때 한인 상점 주인 한정자는 임신 중이었고, 동네의 흑인들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다. 흑인을 범죄자로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잘못되었던 것이고, 그녀가 흑인 소녀를 쏘았을 때는 둘 사이의 충돌은 마무리되어 소녀는 뒤돌아 서 있었을 때이므로 그녀를 옹호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공포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동양의 아줌마나, 자신의 피부색을 이유로 범죄자로 오인하는 상점주에게 분노를 터뜨리다 총에 맞아 숨진 소녀나, 모두 측은하고 애처롭다.

숀은 누나 에이바가 죽은 후 가벼운 형량을 받은 한인 여성에게 벗어나기 힘든 증오를 느끼지만, 그 슬픔을 이용하려는 것 같은 주변사람들과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모에게도 지친다. 또한 여론을 형성하기에 좋은 이미지로 자신의 누나가 포장되어지는 것에도 지겹다. 에이바가 그들이 만든 이미지의 완벽한 아이가 아니였다면 그녀의 죽음이 덜 아타까웠단 말인가? 그녀가 완벽한 아이로 그려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더 애도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모든 억울한 이들의 죽음이 동등하게 애도되지는 않는다. 생명은 모두 고귀한 것인데, 그 고귀한 생명의 죽음도 그가 가진 배경에 따라 급이 매겨지며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다니 인간이 얼마나 비열하고 잔인한지를 보여준다. 타인의 죽음에 가벼운 입놀림은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레이스가 자신의 엄마를 이해하거나, 용서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녀의 엄마가 재판의 판결에 의지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오랫동안 그림자처럼 살았던 행동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뉘우치고 괴로워하면서도 그녀는 그들을 찾아가 진심어린 사과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배상할 수 없는 아픔이라 신께 사죄하는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라며 부모의 사업 파트너는 괴로워하는 그레이스를 위로한다. 이기적이고 비열한 발언이다. 영화 <밀양>이 생각났다. 자신의 아이를 유괴해 죽인 유괴범을 신의 기도에 응답하기 위해 용서하러 간 자리에서, 그 파렴치한 유괴범은 자신도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말한다. 아이의 엄마는 분노한다.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신이 어찌 당신을 용서한단 말인가....죄책감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합리화를 도와주는 것이 신이란 말인가? 정말 기도를 열심히 하고 신을 믿으면 모든 죄가 '용서' 되는 것일까?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이다.

반복되는 갈등과 멈추지 않은 차별, 억울한 죽음들에 대해 그들이 서로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기만을 바란다면 그들의 싸움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을 직시하고 잘못된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사회체제가 변화해야 한다. 흑인들의 빈곤과 한인들의 공포를 이민자들의 국가인 미국이 해결해 준다면 조금은 그들이 서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모든 인간의 숨쉬는 목숨은 소중하다. 우리의 소중함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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