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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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김훈

-푸른숲


우선 새롭다. 내가 알던 김훈의 문체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작가 김훈의 작품을 많이 접한 건 아니다. 푸른숲 출판사의 <개>는 김훈 작가가 2005년 첫 출간한 작품을 2021년 다시 문장을 다듬어 재출간한 작품이다. <남한산성>에서 느꼈던 비범하고, 강한 문체가 아닌 부드럽고 정겨운 문체도 작가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2005년 작품에서 이야기의 뼈대는 유지하면서 내용의 상당 부분을 손보았다는데 이전 작품에서 주인공 개 '보리'가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내 이름은 보리. 진돗개 수놈이다. 태어나 보니 나는 개였고 수놈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로 시작하는 작품의 문장 속에서 숫놈 진돗개 보리가 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대상임을 알 수 있다. 곧 물에 잠기어 이주를 해야하는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네서 태어난 보리는 주인 어른들의 작은 아들네로 보내진다. 작은 아들은 어부이다. 어부 가족인 작은 아들네랑 살아가며 보리는 세상을 배우고, 인간을 알게 된다.

세상을 처음 접하는 새끼였을 때 보리는 ' 이 세상의 온천지가 선생님' (p.29) 이라고 표현한다. 세상의 모든 냄새와 소리가 그들의 선생님이며 그 선생님들은 교실에 모아놓고 하나씩 붙잡아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체득하고 배우게 함으로써, 정확하고 빈틈없게 가르쳐 준다고 말한다. 김훈 작가의 교육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순간의 짧은 지식이 아닌 오래도록 천천히 체험하며 터득한 지식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쉼없이 꼬리를 흔들며 이곳 저곳을 할일 없이 기웃거리는 '보리'의 모습이, 할일 없이 뒹굴거리는 우리네 아이들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공기의 냄새를 배우고, 여유를 느끼며,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생각할 시간을 배우는 것일 수도 있다. 잘 쉬어야 잘 공부한다고 하는데 우린 너무 아이들을 밀어부치고 있지나 않나 생각해 본다.

내 곁에 나의 주인, 현재의 주인을 향한 마음이 '영원'이라고 보리는 말한다. 개가 한때의 주인을 영원한 주인으로 섬겨주길 바라는 것은 인간의 염치없음이라 표현하는 보리는 지금에 충실한 개이다. 지금 자신을 먹여주고 쓰다듬어 주는 주인에게 충실한 개이다.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며 지금을 미련으로 물들이며 슬퍼하거나,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위해 지금을 혹사하지도 않겠다는 다짐일 수도 있다. 지금 내 곁에 나를 거두어주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함으로 진짜 '영원'을 꿈꾼는 것이다. 멋진 개이다.

세상을 터득하고, 인간의 본질을 알고, 자연에서 삶을 배우는 '보리'에게 나도 세상을 배운다. 특히나 '보리'가 더 좋은 이유는 인간에게 구질구질하게 꼬리를 흔들어 대며 애정을 갈구하지 않고, 혼자 남겨져도 고개를 뻣뻣이 들고 살아갈 힘이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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