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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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기괴하다.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작품이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사만타의 문체는 작가 만큼이나 생소하고 새로웠다. 두 인물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이야기는 두 대상이 실존 인물인지, 영적 인물인지, 서로가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영혼의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인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자에게 정보를 배제하면서 진행된다.

🔖 <피버 드림> p.141

-아이들이 많이 있어.

-우리는 전부 해서 서른세명이지만 숫자는 계속 바뀌어요.

-이상한 아이들이야. 걔들은, 뭐랄까, 눈이 따가워. 기형아들이야. 속눈썹도, 눈썹도 없고 피부는 분홍색, 진한 분홍색에 비늘로 뒤덮여 있어. 너 같은 애는 몇명밖에 없어.

아만다와 아만다의 딸 니나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시골에 별장을 얻어 남편보다 하루 먼저 도착한다.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옆집 여자 카를라는 자신의 아들 다비드에 대해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여놓는다. 카를라의 입을 통해 발현되는 지난 이야기들은 섬뜩하다. 중독된 아들, 죽어가는 오리와 말등 그녀의 입을 통해 주저리 주저리 춤을 추며 나오는 이야기들은 공포감을 일으킨다.

다비드의 중독은 무엇이며, 다비드를 다비드라고 믿지 않은 카를라의 생각은 강박인 것인지, 혹은 정말 그는 다비드가 아닌 것인지 궁금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예전같지 않다면 나는 그 사람을 부정하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카를라는 그렇게 다비드를 대하는 것이 힘든 것일까? 몸의 병은 정신까지도 좀 먹을 수 있다. 그럼 나는 예전의 나일 수 있는 걸까? 변한 것이 아니라 힘든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병든 몸에 적응하는 것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변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비드가 찾는 벌레는 남자들이 들고 온 드럼통과 이슬처럼 온 몸을 촉촉히 적신 무언가에서 시작되는 것인 듯하다. 반점, 냄새, 따가움......그들을 중독시킨 벌레가 그들을, 가축을, 그들의 풀을 모두 죽이고 있다. 그 벌레는 과연 무얼까? 벌레는 이 작품을 읽는 이들의 시점 속 모든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병들게 하고 , 나를 숨 쉴 수 없게 하는 모든 것이 벌레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벌레' 무엇일까? 독특하고 다양한 사유를와 질문들을 불러 일으키는 특별한 작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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