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류재화/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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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발자크로 태어나, 오노레 '드' 발자크로 생을 마감한 그는 글쓰기로 자신의 모든 것을 증명했다. 사망할 때까지 90여 편이 넘는 소설을 집필했으며 익명으로 쓴 작품까지 합하면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다. <공무원 생리학>은 작품 연보에도 잘 나와 있지 않은, 생소한 작품이지만 발자크 특유의 풍자와 통찰, 촌철살인으로 빛나는 역작이다. 공무원의 양면성을 19세기에 이미 발자크는 간파했다.

작가 소개에서 표현된 발자크는 <골짜기의 백합> 속 달달함과 <고리오 영감> 속 통찰과 풍자의 중간쯤 모습이다. <공무원 생리학>은 달달함과 풍자의 중간쯤 모습의 발자크가 문장 속에 유머를 가미해 우리에 쓴 웃음을 짓게 만들어준다. '공무원'이라는 관습적이고, 경직된 집단을 풀어내는 그의 위트있는 문장들이 마음에 든다.

서류를 이용해 완벽한 프랑스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공무원에 대해서 발자크는 종이업체를 먹여 살리는 위대함(p.31)으로 비꼬고 있다. 유머를 담은 그의 문장들이 사회를 비판하는 또다른 저자들의 딱딱한 문장들보다 더 오래 기억되고, 더 깊이 새겨질 것 같다.

작품을 읽는 내내 가벼운 듯, 아리송했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이 모두의 선망의 직업으로 유지되었다는 것이 놀랍다.(p.36)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점점 공무원이 되기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공무원이 되고 나서는 그들만이 갖는 습성이 있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발자크가 그 시대에 느낀 정부 관련 공무원들은 불필요한 직무와 불필요한 일을 하면서도 보장된 직업으로 행복하다. 정부 부처 사무실의 오래되었으나 교체될 것 같지 않은 사무실 집기들처럼(p.81) 그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공무원들도 발전없이 혹은 필요하지도 않지만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발자크는 말한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다른 우리의 공무원들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지금 우리의 공무원들도 19세기 프랑스의 오래된 사무실 집기 같은 공무원들일까?

같은 공무원의 집단에서도 각 부처와 서열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보임을 작가는 긴 지면을 이용해 세세하게 나열한다. 이는 공무원 집단만의 모습은 아닌듯하다. 어느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이다. 그가 나열한 공무원들의 모습은 블랙코미디다. 탐탁지 않은 모습의 공무원들은 처세에 능해 자기 자리를 잘 유지하고, 모두가 수긍하는 성실함의 모습을 보이는 공무원들은 융통성 없음으로 느껴져 안쓰럽다. 어느 집단이든 능력보다 관계가 더 중요하지만 능력없이 처세에만 능한 것도 문제이다.

글의 말미에 발자크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최상의 국가는 어떤 국가인가? 적은 공무원으로 많은 일을 하는 국가인가, 아니면 많은 공무원으로 적은 일을 하는 국가인가?" (p.201)

적은 공무원으로 많은 일을 하는 국가는 공무원을 가중한 업무로 착취하는 것이고, 많은 공무원으로 적은 일을 하는 국가는 인력과 예산의 불필요한 낭비를 행하는 것이다. 최상의 국가는 필요한 인원만큼 인력을 채용하고, 일한 만큼 보수를 받으며, 내가 하고 있는 일 속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만든 정부가 이끄는 나라일 것이다.

재능이 있고, 여유 있으며, 예리하게 관조하는 자가 부릴 수 있는 발자크의 유머가 빛을 발한 문장들이었다. 얄밉게 영리한 그의 문장들이 멋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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