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로_ 산다는 것>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한겨레출판사


● 64쪽

대한민국에서는 '한국 여권 보유자'와 '한국사람'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 


<미아로_산다는 것>을 쓴 러시아 태생이지만 한국으로 귀화한 작가 박노자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집이 없는 ‘미아’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는 지금 노르웨이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다. 그런 그가 꼬집어대는 우리의 다양한 문제점이 나열된 글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나도 그가 만난 많은 한국 사람들처럼 그를 '우리'로 인정해주지 못하고 있나보다. 우리가 아닌 남이 우리의 형편없음을 이야기 하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같고 남 같은 그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다양한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하는 길을 찾는 손가락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p.13) 그리고 난 그의 손가락 끝을 잘 따라가 볼 것이다.



작가 박노자가 바라본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하나’임을 강조하는 전체주의적 폭력을 품은 사회였다. 획일화된 가치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관습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개인의 무능력으로 치부하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언제나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대한민국이 되었다. 어쩔 땐 '우리 모두 하나' 라는 말이 무섭게 들릴 때가 있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할 필요가 없거늘 우린 언제나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길 무의식적으로 강요받는다. 그런 우리 안에서 작가는 귀화한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를 항상 만났을 것이다. 그가 느꼈을 공포와 외로움이 전달된다.



최첨단 언어 번역기가 존재하는 스마트한 시대에도 우린 영어가 국어인 사람들도 어려워 하는 입시 영어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건 ‘영어’라는 언어로 급을 만들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p.116) 사용하는 언어와 구사력에 따라서 그들의 배경을 알 수 있고,  그들만의 언어로 계층을 구분해서 함께 하지 않을 장치를 마련하는 계급사회. 중국을 넘어 이제 미국까지도 사대하고 있음을 영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서 알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최첨단을 달리는 번역기가 존재하고, 자기 철학을 가지고 외국작가의 결에 다가가기위해 노력하는 훌륭한 번역가들이 많아 영어를 몰라도 삶의 불편함이 없는데도 우리는 '입시영어'에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그것이 결국은 그들의 리그 속에 티 안나게 안착하기 위한 무의식적 우리의 발버둥이었을까? 공부로 신분상승 하기를 열망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지만, 계층간 이동은 거의 불가능할 만큼 아이들은 '공부'라는 것에 흥미를 잃어가고 , 그런 아이들을 부양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며 출산과 결혼에 더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우리다.  우린 왜 이렇게 경쟁적이고, 왜 이렇게 한심하게 하루하루를 소비하고 있는 걸까?  답답함이 밀려오는 문제점들의 나열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평등이고, 계급 서열 사회이다.(p.135~136) 그런 불평등과 계급은 학벌에 의해 정해지는데 이 학벌도 그들만의 세습으로 이루어지기에 일반 국민들은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면 우리는 시도 없이 포기하게 된다.  우린 빵도 필요하지만 장미도 필요하다. 기초적인 욕구가 채워지기 위해서 나의 존엄성을 훼손당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배고픔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면 사회는 "네가 그러니 그 꼴 밖에 안되는 거야."라며 우리를 낙오자 취급한다. 그러면 빵이라도 먹기 위해 우리는 불공평한 계급 사회에서라도 나의 위치를 찾아 적응하며 살아 갈 수밖에 없다. 슬프구나. 슬프도다. 우리의 대한민국이.


 정치적으로는 지난 역사의 변절자들이 제대로 처분 받지 못해서 여전히 기득권 세력을 차지하고 있고 계층간 격차는 코로나 사태로 더 적나라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국외적으로도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해 불안전한 대한민국이라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우리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서로를 시기하고 연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대하지 못하는 우리를 박노자 교수는 '모래알'로 비유한다.  그가  바라본 우리나라는 형편없고,  그런 교수의 시선에 아니라고 반박할 수 없어 한숨만 나오지만  그래도 그 옛날보다 거북이 걸음처럼 나아지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해주는 저자의 위안에 희망을 걸어본다.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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