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믿다'의 권여선이 마음에 들었다. 내 정원의 붉은 열매도 괜찮았다. 분홍 리본의 시절을 뽑아든 건, 그 회한의 서술 때문이었는데, 이런. 표독하게 날 선 언어들이 뎅강뎅강 자신의 느낌을 정의한다. 못나고 비뚫어진 사람들을 적었다. 상처를 끌어안고 살지만, 고치지 않고 상대방에게 태연하게 베어버린다. 이런 글을 생각했던 게 아니었었다.
근데 '내 정원의 붉은 열매' 책은 사뭇 달라졌다. 관조와 회한의 어조이다. 냉정한 문장들은, 조금 여유를 가진 모습으로 바꼈으며, 때문에 느긋한 흐름에 피곤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에는 하나다. 작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그런 글은 쓰겠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 자신의 상태다. 누군가 권여선을 잡았다 풀어놓은 듯하다. 서울의 달빛 0장에서 보인 김승옥의 분노처럼, 무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