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트레일스 - 길에서 찾은 생명, 문화, 역사, 과학의 기록
로버트 무어 지음, 전소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길이라는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내가 먼저 지나감으로써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온 트레일스>는 이런 길에 대한 이야기다. 길은 사실 우리 주변에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길은 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그것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만 알 수 있다. 저자인 저널리스트 로버트 무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면서 느낀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여행에세이처럼 풀어놨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길 위에 담겨진 역사, 철학, 과학, 문화 등과 함께 펼쳐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다니고 있는 길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려준다. 개미, 가축, 야생동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더 나아가 화석을 통해서도 길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걷기는 트레일을 만든다. 트레일은 다시 지현을 형성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지형은 공동체 지식과 상징적 의미의 기록 보관소 역할을 한다.”

 

모든 트레일은 본질적으로 최근사치 추측이다...일단 처음에 가장 근접한 추측이 이루어지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따라가면, 그때서야 발자취가 트레일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이 뿐이 아니라 역사학자 마셜과의 체로키 트레일을 통해서길 속에 숨겨진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 이렇게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길에 관한 에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과 장소와 이야기를 이어주는 선, 즉 트레일 위를 걷는 사람의 세계를 비록 부서지기 쉬울지언정 일관성 있는 전체와 이어주는 문화적 관통선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이미 이야기했듯, 길은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길의 의미를 더 깊이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길은 디지털 시대에서는 의미가 약해지고 있지만 그런 점이 길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우리가 노드와 커넥터의 세계로 이행할수록 장소와 맥락의 중요성은 점점 더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볼 수도 있고, 주변의 것들을 관찰하며 나를 둘러싼 환경을 오랜만에 볼 수도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길을 개척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은 누군가가 걸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길은 역사이자, 문화이자,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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