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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나는 지방대학의 시간강사다>로 유명한 저자가 이번에는 <대리사회>라는 책을 출간했다. 페이스북에서 지방시라는 키워드로 유명했고 페이스북에서 카카오드라이브 대리기사 관련 이야기도 종종했던 내용을 <대리사회>로 펴냈다. 이 책은 <나는 지방대학의 시간강사>의 연장선의 느낌이 난다. 시간강사로서 대학의 대리인 역할을 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대리운전기사로서 또 다른 사회에서 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느낀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대리운전 기사를 하면서 행위, 말, 사유가 통제된다고 이야기한다. 그게 어떻게 보면 대리인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대신해 무언가를 할 때, 나의 생각은 중요치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대리운전 시장의 생태계와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책 제목처럼 ‘대리사회’ 속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생활할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저자의 실제 경험담이 녹아져 있어 대리사회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너무 와 닿는다.
“타인의 운전석에 앉으면 거기에서의 대화뿐 아니라 거의 모든 행위 자체가 철저히 검열되고 통제된다. 운전석은 차의 주인에게 정밀하게 맞춰진 공간이고 거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그의 소중한 공간을 잠시 점유하기 위해 온,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환대받을 수 없고 누군가를 환대할 수 없는 존재다.”
저자는 대리운전 기사의 생활 뿐 아니라 가족, 그리고 작가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리사회를 조명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그 전에 속했던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회는 우리를 ‘대리인간’으로 만든다. 나아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한다. 그러한 대리사회의 욕망은 결국 모두를 집어 삼키고, 주체로서의 자리 역시 빼앗는다.”
저자의 생생한 대리운전 기사로서의 모습은 챕터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대리운전 이야기 사례에서 더 잘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란 ‘주체’가 정말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대리사회에서 나의 역할 혹은 나란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