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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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 같다. 물론, 나의 나이가 아직은 그 정도까지 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가끔 나의 생각이 언제부터 한쪽으로만 자꾸 쏠린 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를, 의심한다>는 어른이 되어가는 저자의 솔직한 경험담이다. 그리고 그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단지 나에게서만 찾는 것이 아닌 내 주변에서도 찾는다. 저자가 지금까지 출간한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단만, 조금 느릴 뿐이다>라는 책과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작의 제목만 봐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가?

 

 

"나를 의심하지 않는 어른, 거짓이나 틀린 말을 하는 어른들보다도, 내가 지금 거짓이나 틀린 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자신에 대한 의심이 조금도 없는 어른들이 백배는 더 무서웠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100% 진실이며,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100% 옮은 것이라는 확신으로 더 이상 나에 대한 의심도, 세상에 대한 의심도 하지 않는 어른들이 나는 참 무섭고 또 신기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나이가 들어간 다는 것은 어쩌면 고통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세상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면서 정말 배워야 할 것, 즐겨야 할 것, 느낄 것 등이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너는,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 너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태어난 사람, 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 어쩌면 이 모든 어른들도 언젠가는 그런 아이였던 건 아닐까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다양성은 점점 축소되고 시선은 한 쪽으로 쏠리기만 한다. 무언가 내가 이룰만한 것으로 꼭 찾아야 하고 못 찾으면 나만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못 찾는 것도 어찌 보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꼭 좋고 나쁨으로 따질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그건 타이밍의 차이일 뿐이다. 어떤 사람은 빨리, 어떤 사람은 느리게. 빨리 찾는 다고 꼭 결과가 좋은 법은 없다.

 

 

마흔이 넘어서도 쉰이 넘어서도 그보다 더 나이를 먹어 파파 할머니가 되어서도 나 역시 여전히 불안한.

 

 

그런 측면에서 과거에 대한 미련보다는 현재를 어떻게 즐길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래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나 또한 미래에 집착하고 있다. 세상이 엄격한 잣대를 나에게 갖다 든다는 생각도 있고 나 또한 왠지 그 잣대에 잘리는 느낌이 든다.

 

 

나는 조금 더, 현재에 관대해지고 싶다. 과거의 나를 미화하고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의 내 삶에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부여하지 않기를.

 

 

저자는 이런 삶에 대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 하나를 얻으면, 그 하나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둘을 생각하고, 그 둘을 위해서 쉼 없이 달리고, 그 다음엔 또 셋, , 다섯.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 그래서 차를 사면 집을, 집을 사면 더 큰 집을, 결혼을 하면 그 다음엔 아이, 아이를 낳으면 또 그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인생이 90이라면 나는 30, 30, 30 나눠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각의 30은 개별적으로 의미있는 삶이다. 하지만 우리의 30은 마치 90이라는 숫자에서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나머지 89를 희생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희생으로 인해 우리는 어른이 되면 어떤 것을 의심할 시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은 꼭 내게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강요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에게는 나만의 생각과 잣대, 그리고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자신만의 생각과 잣대, 시간을 찾고자 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나를, 의심한다

작가
강세형
출판
김영사
발매
201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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