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 책이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과 비슷한 여운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 뒤표지에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추측컨대 떠나는 자는 선생님 남는 자는 학생이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하지만 상상력이 없는 추론이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책을 펼쳤을 때 이 책의 저자 미치 앨봄, 그리고 왠지 주인공일 듯한 모리 슈워츠, 마지막으로 번역자 이름이 쓰여있었다. 역시 생각한대로. 주인공이 모리라는 사회학 교수였고 저자 미치 앨봄은 칼럼니스트니였으니.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 책의 분위기는 잿빛 안개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았다. 생각한 것과와는 달리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고 너무 암울하고 슬픈 내용이 가득 실려있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과정을 그린 이 책의 내용은 죽음의 벼랑에 서있는 교수와 그의 제자인 저자의 마지막 대화(수업)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죽음. 누구나 생각하기 싫어하는 단어이다. 말 그 대로 죽음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암
울함밖에 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그 상실감이 사자(死者)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또 다른 상실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미미한 생물일지라도 죽음 앞에서는 담담하지 못하는 법인데, 그 미미한 생물보다는 때론 더 미미한 존재인 인간은 더 그렇지 않겠는가?

하지만 삶과 죽음은 겉과 속일 뿐이다. 어떤 것이 겉이고 속일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생에 있어 삶과 죽음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이런 인생을 이 책의 주인공 모리 교수는 너무나도 담담하게 맞서고 오히려 죽음 앞에서 더 활동적이고 생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천상병 시인이 <귀천>이라는 시에서 인생을 소풍이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소풍 온 것처럼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모리 교수는 죽음을 달갑게 맞이하고 오히려 이전 보다 더 많은 지식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교육자로서의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 길을 더 넓혀 죽음이란 것이 내 인생의 최대의 행복을 주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저자가 좋아하는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라는 말처럼 인생이란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하는 것처럼.

이런 또 다른 삶인 죽음 앞에서 모리 교수는 자신이 후학들에게 가르쳤던 '상반됨의 긴장'을 몸소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당연시 할 수 없지만 당연시 해야하는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해서.

인생은 행복한 것이다. 모리 교수는 자신의 마지막 강의를 온 세상 사람들에게 단순하면서도 상반됨의 긴장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을 행복한 것이라도 상기시켜주고 있다.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 그 죽음이란 또 다른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오늘 인생이란 죽음보다도 더 슬픈 일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음 앞에서는 슬퍼져야 하는 현실을 박차고 일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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