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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대학 사회의 강권화된 술 문화, 스승에 대한 지나친 의식과 의식화된 보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착취, 규율적인 선후배 관계.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다. 이런 문화에 관성화된 우리에겐 너무 당연시 받아들여진다. 이런 문화 속에 무의식적으로 다수의 횡포에 휩쓸려 다닌다. 다수가 저런 문화에 익숙해져 융통성 있게(?) 대처해 가는데, 나만 소수가 될 수 없지, 외톨이가 될 수 없지라는 생각은 너무 오래되었다. 민주사회가 도래했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부터 이런 몰이성적이고 강권적인 문화가 잔존해있는 것일까?
잔존했었다고 보기보다는 간과했다고 보는 것이 낫다. 그런 사회의 비윤리적 모습을 묵인해주고, 그런 묵인은 겉만 반듯한 민주사회를 만들었다. 저자가 자주 쓰는 오야붕-꼬붕의 관계는 아마도 우리 사회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말일 것이다.. 교수와 조교의 관계는 어느새 식민지 시대의 저속한 일본 문화의 한 단편이 되었고, 아첨과 아부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 되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귀화한 박노자씨는 이런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을 한다.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곳에 다시 한 번 시선을 돌리고,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뿐이다. 책 제목에서처럼 타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사회였고, 한국 사회의 주체는 우리이기 때문에.
서양이 동양을 야만적인 비문명으로 본 것에 분개하는 우리가, 이젠 우리 스스로를 비문명국으로 만들고, 사회 내부의 타인을 비문명인으로 만들고 있다. 사회가 급격한 발전을 하면서 선진국 대열로 향한 열망은 고개 숙일 줄 몰랐고, 그런 열망에 우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위를 바라보던 우리가 이젠 아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아래에는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이 있고, 그 국가들의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이상적인 국가를 향해 몰려든다. 마치 우리가 미국을 이상적인 국가로 보는 것처럼.
몰이성적인 패거리주의는 어느새 우리 의식 속에 침투돼 악성 바이러스처럼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닌다.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삼연(三緣)은 패거리 속에 좋은 수단으로 작용해 비이성적인 민족주의를 외치고, 만성 부패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게 한다.
타인의 시선이 객관적인 반면 한 곳에 치중될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10여년을 한국 사회와 함께 했던 저자에게 이런 단점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없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에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좋은 책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