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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
막스 뮐러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는 매우 친숙한 단어이다. 드라마, 가요, 서적 등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이고 언제나 화제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사랑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고 그렇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요즘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랑이라는 것이 소비, 시청률, 판매량 등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버린 사랑. 사랑의 진리를 상실해버린 사랑.
이런 사랑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우리에게 유치하다고만 생각했던 어릴 적 순수한 사랑을 일깨워 주는 책이 있다. 바로 <독일인의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 것인지 알려준다. 서로간의 감정이 휘발유에 불 붙듯 확 일어났다 확 사그라지는 그런 사랑이 아닌, 모닥불처럼 아주 고요히 하지만 매우 아기자기하고 움직임 하나 하나에 생명이 깃 든 사랑을 보여준다.
이 책은 매우 작은 책이다. 손에 딱 들어 갈 만큼 작아 귀엽기 그지 없다. 하지만 작은 책이라고 얕볼만한 한 책이 아니다. 내용이 너무 고결하고 순수한 사랑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랑을 풀어내는 저자의 주요 모티브는 회상, 죽음, 순수로써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주인공이 사랑하는 후작 부인의 딸, 마리아의 죽음으로의 과정은 그 사랑의 순수함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처럼 저자가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죽음을 앞 둔 마리아와 주인공 간의 대화이다. 대화를 통해 사랑이라는 것을 순수한 말로써 표현하면서 서로간의 감정을 고요히 느낀다. 그 고요한 사랑은 저자의 말솜씨에서 맘껏 볼 수 있다. 이런 대화는 어쩌면 죽음을 앞 둔 마리아의 고통을 줄이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대화는 주인공의 고결하고 순수한 사랑을 고백하는 과정이다.
어렸을 적을 회상하면서 마리아와의 첫 번째 만남의 느낌을 잊지 못하는 저자에게 지금 대화로서 그 느낌을 풀어나간다. 후작 부인의 딸이라는 마리아의 위치는 주인공에게 아무런 필요가 없다. 어쩌면 저자의 의도가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은 비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랑은 사랑 자체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담긴 것이다. 이런 저자의 생각은 책 속에서도 끊임없이 나온다. 그 만큼 사랑이라는 것이 현대의 일회성 사랑이 아닌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감정의 교류라는 것이다.
회상, 사랑,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모든 요소를 보여준다. 회상을 통한 순수함, 사랑을 통한 사랑 그 자체, 죽음을 통한 고결함. 사랑의 요소라는 것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요소들은 어떤 사랑에 있어서든 빠질 수 없는 요소인 것만은 확실하다. 사랑은 너와 내가 우리가 되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은 서로에게 무언가가 될 수 있는 정신적인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서 녹아 들어가야 할 것이다. 수단들이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