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라는 이름의 타인
양혜영 지음 / 올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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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라는 말을 들으면 언제나 우울하다. 형제, 그 얼마나 친근한 말인가? 험악하고 믿을 수 없는 세상에 형제밖에 없다는 말처럼 형제는 소중하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말이다. 누구나 그랬듯이, 동생이 형하고 싸우면 동생편을 들며 동생과 같이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연(緣)이란 그리 쉽게 맺어지는 것이 아닌 듯 하다.

동생편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지라도, 꼭 한 번은 동생을 같이 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도 있다. 동생과 나는 형제인데. 아무리 형제라도 경쟁 의식을 같고 있고, 이런 경쟁 의식은 때론 열등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모성애, 공부 등.

왜 형제는 이러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런 형제간의 애증(?) 관계를 다루고 있다. 동일한 환경에서 자라는 형제가 왜 다르게 커가며, 그 속에서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형제간의 애와 증을 어떻게 해야 조화롭게 될 수 있는가? 이런 형제간의 차이는 유전인가, 아니면 환경인가? 저자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저자는 형제 간의 차이를 유전적 요인보다는 환경적 요인에서 찾는 듯하다. 형제간에 있어서 부모의 영향, 형제간의 다른 사회 경험, 형제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그 예로 부모가 동생이 잘못을 감싸주고 오히려 형에 대한 질책은 형으로 하여금 시기, 질투, 모성애 결핍을 나을 수 있다. 또한 공부 잘하는 형에 대한 동생이 느끼는 압박감은 오히려 공부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이런 일상적인 예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학문적인 수준에서만 모르고 있을 뿐.

이 책은 형제간의 애증 관계를 환경적 요인에서 찾으려고 하면서, 형제라는 것이 타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타인이라고 하지만 반타인이라고 보는 게 나을 듯하다. 혈연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형제라는 반타인의 존재를 일상적인 차원이 아닌 학문적인 차원에서 조명해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형제 관계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답을 찾지는 못하고 시도 차원에만 머문다. 저자도 말했듯이, 아직은 미개척 분야라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료가 부족하고, 형제의 일생을 조사해야하는 장기간의 과정 때문에 사례 또한 드물기 때문이다.

형제 관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그래도 저자의 시도는 좋았다고 본다. 그래서 형제 관계가 너무 궁금하다거나, 나는 왜 매일 동생하고 싸우는가, 동생하고 나는 도대체 뭐가 틀려서 여러 면에서 다른가에 대해 너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일독을 하기 전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말기 바란다. 일독 후 형제는 역시 형제일 수 밖에 없고 타인이라기보다는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타인이라는 존재를 알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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