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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꿈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고이 간직해 온 꿈을 어른이 되어서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해마다 바뀌어 언제 어느 때 또 다른 꿈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마 후자 쪽에 가까운 듯 싶다. 하지만 대입 후 갖게 된 꿈이 있다. 바로 학자가 되는 것이다. 대입이라는 생지옥을 겪고서도 공부를 평생 해야겠다는 생각이 때론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수 많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결혼처럼.
학자라고 하면 다들 너무 힘들게 생각한다. 평생 공부하려고, 유학 가느라 돈도 많이 들텐데 등. 하긴 맞는 말이다. 실로 무서운 현실 때문에 가끔은 이 꿈을 포기하고 싶기도 하다. 어느 정도 재력이 뒷받침 되야 공부도 할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가혹해, 재력이 없다면 곧이 가야할 길도 돌아가야 할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회의 평등이더라도 조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기회는 무산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보다는 오히려 학자가 되고 싶은 신념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에 있어 모든 조건을 떠나 학문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라는 것을 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자꾸 잊어먹는 것을 왜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우문(愚問)을 했었다. 그러나 공부라는 것은 인생의 지혜를 터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너무나도 친숙해 잊어먹고 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혜라는 것이 꼭 학문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크게 보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학문의 주제일 수 있다.
모든 것이 학문의 주제이지만 안타깝게도 하나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학자의 길은 편협해질 수 도 있다. 또 점점 고지식해져 현실에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때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이 세상은 내 손안에 있다는 망상을 갖기도 한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바보 같은 짓일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처럼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 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은 삶의 또 다른 지혜를 쌓기 위한 것이다. 생계를 위한 지혜보다는 인생의 지혜를 위한 것이다. 자아의 세계가 타자의 세계와 독창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법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자아의 세계를 한 층 더 확대시킬 수 있다. 저자의 고된 학문의 길은 아마도 지혜의 이런 측면으로 보상받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처럼 나에게 학문의 즐거움과 목적을 가르쳐 주었던 이 책은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기서 끝났다면 이 책은 학문의 길에 관해 논한 여느 책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부가적으로 미국식 교육과 일본식 교육의 비교를 통해 교육의 나아갈 길을 가르쳐준다. 개성 존중과 토론 중심,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점을 중시하는 서양식 교육이 인간 개개인의 능력을 한 층 더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쨌든 저자는 이런 대비를 통해 개인의 잠재력을 좀 더 끌어올려 학문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누렸으면 하는 바람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이 책을 다시 한번 훑어 봐야겠다. 내 삶의 목표인 학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어디까지 왔으면 얼마나 더 노력해야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