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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1 ㅣ 지혜가 드는 창 44
진중권 지음 / 새길아카데미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하릴 없이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느 날, 신문 마지막 장에 '격조와 해학: 근대의 한국미술'이라는 전시회 소식을 접했다. 휴학을 하고 있던 나에게는 오랜만에 기분전환을 시켜줄 전시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병역문제와 전공 공부에 지친 나에게 이 전시회는 활기를 불어 넣어주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항상 전공서적 위주로 책을 읽어왔기 때문에 교양이 부족한 나에게 '예술' 분야를 알기에는 깊이도 있었다. 또 근대라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전시회였기 때문에 그림을 통해 많은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곧바로 예술 분야에서 괜찮을 책을 찾으려고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가 예술 분야의 입문서로서는 가장 괜찮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가고자한 전시회가 한국 미술이었기 때문에 서양 미술을 위주로 다루고 있던 <미학 오디세이>는 어딘가 모르게 꺼림직 했다. 하지만 워낙 이 책의 평이 좋고 미학의 방법론을 다루고 있는 부분도 있어서 그냥 구입했다. 한국 미술에 대한 좋은 책은 몇 권 찾았지만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구입하진 않았다.
구입한 미학 오디세이를 틈틈이 읽으면서 '정말 잘 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미술사를 원시부터 현대까지 1권에서 다룬 후 2권부터는 미학의 방법론과 미학의 본질을 두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로 풀어간 이 책은 미학이란 어려운 존재를 신선하고 쉽게 풀어갔기 때문이다. 왠지 '학(學)'자가 들어가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가? 두 철학자의 대화로 미학이란, 그리고 예술 작품은 일반인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가를 분명히 알 수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학의 방법론(?)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이것은 한국 미술이든 서양 미술이든 상관없이 미학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가고자 했던 전시회에 상관없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시각을 넓혀준 계기가 되었다. 미학의 방법론은 이 책 전체에 걸쳐 나온다. 위에서 말한 플라톤과 아리스의 대화와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예술 작품을 통해 방법론이라는 어려운 분야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이러한 설명은 궁극적으로 예술 작품이란 예술가의 직관적 표현인가? 아님 현실의 모사라는 두 상반되는 견해를 통해 미학의 본질로 이어진다. 그리고 미학의 본질은 어느 순간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다. 왜 허공으로?
저자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학의 본질이란 진리가 영원한 것이 아닌 것처럼 무(無)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그리뜨와 에셔의 작품을 이 책에서 택한 것도, 2권을 끝내면서 진리란 진리를 이루고 그 자체가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순환논리는 제시한 것도 그것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이 책을 다 읽고 서평까지 써 봤으니 주말에 '근대의 한국미술'을 보러 가봐야겠다. 날씨도 초여름 같아 봄 햇살이 너무 따사로우니 말이다. 그리고 근대의 한국미술은 현실의 모사일까, 아님 예술가의 직관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내 맘일까라는 어줍잖은 생각을 하며 맘껏 작품을 감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