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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덧 20대의 청년이 된지도 3년이 되었다. 그 동안 나는 아주 평범하게 친구들을 사귀고 공부하고 먹고 자고를 매일같이 반복하며, 우습지만 20년이란 세월(?)을 살아왔다. 너무나 평범해서 때론 너무나 비정상적인 생활처럼 보이는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가끔은 일탈을 꿈꾸는 한 어린 인간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꿈도 일탈도 어느 덧 모든 것이 허망한 꿈처럼 느껴질 때가 간혹 있다. 여전히 나의 일상은 반복 되고 있고 내게 있어 어린 시절의 수 많았던 꿈들은 점점 사라지며, 오직 치열한 현실 속으로 몰아넣으려는 세상을 볼 때마다 가끔 저 깊은 산사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좀머 씨 이갸기>의 소년처럼 주위에 키가 큰 나무가 있었더라면, 아마도 나무 위로 올라가 영화처럼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좀머 씨처럼 끊임없이 동네 근방을 돌면서 '왜?' 라는 단어를 연발하며 때론 빨리 때론 느리게 걸을지도 모른다. 주위의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고 오직 나 혼자만을 생각하며. . . 삶이 너무나 치열해진 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는 너무나 작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의 수 많았던 꿈들을 이제 차근차근 도전해봐야 할 청년 시절에 세상에 치어 가지고 있던 꿈 하나 조차 도전해보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어쩌면 좀머 씨는 이런 세상이 싫어 마을 근방을 끊임없이 걸어다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년은 어머니의 잔소리, 피아노의 선생님의 질책, 그리고 누군가 내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려 했던 것처럼말이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삶이 아니 세상이 너무나 정상적이지만 그러나 너무나 지독하고 혹독한 것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때론 너무나 정상적이어서 허무한 삶을 표현하고 싶었던 저자는 결국 좀머 씨의 조용한 죽음으로 글을 맺는다. 아주 조용히 그리고 차분히. . .그리고 그의 죽음은 아무도 모른다. 아니 처음부터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삶은 분명 처음에는 느렸다. 그랬다. 그러나 점점 가속화되더니 아무도 겉잡을 수 없이 빨라져 누구도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삶을 위한 삶으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삶은 의미가 없어지고 허무해져 버렸다. 아마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는 이런 현대 사회를 비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그는 이 책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어린 아이들처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주위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길 바랄지도 모른다.
요즘 삶을 좀 느리게 살아보자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마도 좀머 씨처럼 이제는 너무나 지쳐 쓰러질 것 같아 지팡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진실된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20대의 나에겐 아직도 삶은 너무나 정상적인 그러나 너무나 지독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