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의 길
울리히 벡 지음, 조만영 옮김 / 거름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지구화 혹은 세계화는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신자유주의가 세계화인양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의 한 측면일 뿐이다. 세계화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시·공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 속에는 초국민적 행위자, 초국민적인 네트워크가 움직이고 있다.

울리히 벡은 <지구화의 길>에서 이런 세계화에 대한 이론적, 실제적, 모순적, 대응적 측면들을 제시해준다. 특히 우리에게 '성찰적 근대화'로 잘 알려진 울리히 벡은 세계화에 대해서도 성찰적인 측면을 제시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지구화의 측면을 제시한다. 즉 세계화란 지역적 측면의 확산과 동시에 지역적 측면의 고수를 동시에 포함한다고 제시한다.

이런 측면은 세계화를 모든 측면에서 무조건적인 확산이나 폐쇄처럼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이 두 측면을 동시에 보고 있다. 이것은 근대의 근대 같은 성찰적 근대처럼 세계화의 세계화를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을 통해 그는 지구지역화라는 로버트 슨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세계화 속의 주권 문제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시각은 우리로 하여금 놀라게 만든다. 내포적 주권이라는 말로 세계화 속의 주권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 내포적 주권이란 초국민적 국가를 모델을 통하여 세계적 협력을 함과 동시에 국가 주권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곧 협력적인 유기적 주권이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애매한 이 말의 포인트는 주권의 이중성을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곧 대내적 주권과 대외적 주권의 통합을 통해 대내적·대외적 주권이 유기성을 지닌 다는 것이다.

세계화에 대한 그의 이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독일 내의 세계화에 대한 대처 움직이나 그에 대한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에게도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유럽의 만성적 문제인 실업이나 교육 문제에 대해 그 만의 독특한 해법을 제시해주는 데서 볼 수 있다.

이런 그의 생각들은 오늘날 세계화에 대한 말만 외치며 그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 연구도 없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세계화라는 말을 사용하고 인용하면서도 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서 조차 없는 우리 현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책은 울리히 벡의 이론인 성찰적 근대화론이 깊숙히 박혀 있기 때문에, 그의 이전 저작들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세계화를 훨씬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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