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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북한의 지도자 - 김일성과 김정일
서대숙 지음 / 을유문화사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북한의 지도자를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남북 관계의 전망, 북한의 의도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의도일 것이다. 북한의 의도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남북 관계나 주변 4강의 북한 대외 정책의 전략이 변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한반도 주변의 구도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13 ~ 15일에 남북이 역사적인 상봉을 한 후, 6. 15 남북 공동선언서라는 최종 합의서를 도출했다. 세계는 놀랐고, 우리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후 8. 15 이산 가족 상봉을 시작해 비전향 장기수 문제까지 북한은 최근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그런 태도 속에는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현대 북한의 지도자>를 보면 북한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주체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1960년 대부터 자주 노선을 천명하면서 1955년 비동맹 노선과 제 3세계론을 제창한 반둥 회의 10주년 참석한 것을 시작해 1975년에는 세계비동맹국가회의에 가입한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중·소 노선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더 이상 중국과 소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북한이 보이는 상호적인 태도는 일정 기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의 경제난 비롯해 중국의 개방 물결은 북한을 국제 사회에서 외딴 섬, 즉 고립된 존재가 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북한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주한 미군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주한 미군의 철수 입장을 유보한 것 같다.
왜냐하면 북한은 한반도 관련 외교를 할 때 미국이라는 대 협상 카드를 항상 지니고 있었고 그 카드를 가지고 많은 이득을 보았기 때문에 현재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던 간에 북한은 그 카드를 계속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우리와의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납북자, 국군 포로 문제, 일본과의 외교에 있어서는 일본인 납치, 과거 보상 문제 등 핵심 쟁점에 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 피상적이고 자기 이익적 입장에서 외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특히 일본과의 외교에 있어서 과거 보상 문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는 점은 위의 견해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다.
이런 북한의 의도는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에서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과연 북한에서 주체란 무엇이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초기에 북한의 주체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띄었다. 한국 전쟁 후, 북한은 반소 감정을 가지면서 주체란 의미를 사용했다. 또한 단지 소련에로부터 탈피만이 아니라 사회 발전 운동을 펼침으로써 북한의 경제 활성화와 자구력을 기르려는 의미도 강하다. 이것을 북한은 우리식 사회주의라 하면서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후기로 갈수록 그 의미가 퇴색되고 김일성 우상주의로 변해버렸다.
우리는 북한의 주체란 의미를 북한 후기 상황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주체란 우상주의이며 그로 인해 왠지 공산주의적 의미가 짙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것이 교육에서부터 시작해 그 의미는 더 크게 왜곡되었다.
결국 우리는 아전인수격으로 주체란 의미를 사용했다. 오직 자본주의나 민주주의만이 가장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해 사회주의의 주체란 의미를 비판만 했던 것이다. 이런 일방적이고 편향된 모습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좋은 국가, 나쁜 국가처럼......
현재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북한과의 많은 교류는 상호 간의 이질감 해소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차후에 있을 김정일의 답방과 제2차 이산 가족 상봉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는 통일이 되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고 원한다. 하지만 방법이 문제가 될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 정책에 의하면 통일은 대등적 관계에서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정책이 다음 정권 때까지 이어지는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