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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전쟁과 평화
이리에 아키라 지음 / 을유문화사 / 199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과 평화? 아마 이 단어들은 우리 곁을 떠난 적이 항시도 없을 것이다. 인류의 가장 고귀한 가치인 평화가 지구 둘레를 선회하고 있지만 전쟁이라는 상반된 가치 때문에 인류는 끊임없이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부상시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20세기의 전쟁과 평화>라는 이리에 아키라 선생의 저작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로의 회귀를하게끔 만든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인류의 전쟁사 아니 평화사를 확인해 보고 싶은 우리들의 욕망이라기 보다는 인류 전체의 욕망때문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21세기에는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인류의 요원인 평화보다는 전쟁의 역사로 점철되었다. 특히 각 대륙의 강대국들은 대륙을 점하기 위해 또는 인종이 종교, 문화 등 다른 요인들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이웃 국가를 침략하고 정복해왔다. 하지만 이런 세계사 속에서 진정으로 정복당하는 것은 한 국가의 물질적이고 표면적인 경제나 사회 구조뿐이었다. 그런데도 강대국들은 끊임없이 침략을 자행해왔다.
특히 강대국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던 1940~50년대의 냉전 기간은 국제사회에 긴장감마저 돌게 했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극으로 국제사회가 분할되어 인류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일촉즉발의 활화산 같은 경우는 없겠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화산 같은 테러나 민족성을 내세운 지역간의 간헐적인 분쟁은 인류가 아직도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리에 아키라 선생은 이런 침략이나 분쟁에 대한 전쟁사를 보기 전에 간단히 서론에서 다각도로 분석을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단순히 소위 상위 정치(high politics)라 불리는 군사·경제적 측면이 아닌 하위 정치(low politics)적인 측면을 두루 섭렵해서 말하고 있다.
하위 정치란 이번에 방한한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조셉 나이 원장이 주창한 연성 권력(soft power)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화·종교·사회·정신 등 어떻게 보면 평소 우리가 접하는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하위 정치 요소들은 정말로 전쟁사 또는 평화사에 큰 역할을 해 왔을가?
과거에는 이런 하위 정치 요소들은 상당히 경시되었다.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홉스적 사고를 통한 현실주의라는 국제정치 패러다임에 의해 국제사회는 조망되고 연구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하위 정치 요소는 경시될 수 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이 부분에서 많은 연구 성과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 나온 책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은 하위정치 요소를 통해 국제사회를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 분석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많은 이견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문명이라는 것을 통해 국제사회를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이전의 많은 국제정치 패러다임-현실주의, 이상주의. 자유주의, 구조주의-이 아닌 문명이라는 하나의 요소를 통해 전쟁과 분쟁을 분석하고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리에 아키라 선생도 문명보다는 폭이 좁은 문화를 잠깐 언급하면서 전쟁과의 상관관계를 약술했다.
그렇다면 이런 폭녋은 주제에 대해 이리에 아키라 선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전체적인 전쟁사를 통해 전쟁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평화를 모색해야하는 것이 이책이 말하고 싶은 것일 것이다. 특히 9장과 마지막 장의 비정부단체(NGO)에 대한 것은 최근의 사회가 단지 국가라는 일원적인 존재에 사회가 돌아가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비정부단체 또는 그 외의 다국적 기업같은 국경을 초월한 조직들에 의해 사회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21세기에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리에 아키라 선생의 저작인 <20세기의 전쟁과 평화>를 통하여 단지 전쟁이 권력의 욕구때문이 아니라는 것만을 알았다하더라도 당신은 아마도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