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발 맞추어 걷기]


[2017. 3. 1 ~ 2017. 3. 2 완독]


[북로그 컴퍼니 서평단 활동]






 "누가 나를 이렇게 보살펴 주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p168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의 안나 가발다. 전작?은 아니지만 직전에 읽은 소설에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주었기에 ㄴ남여가 서로를 바라보는 표지 따위는 믿지 않는다. 그래도 이미 작가의 매력에 빠져있는 나로써는 책을 읽어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독자의 사명감과 외로운 고독...?


 오늘 주말의 시작이라 너무 기분이 업되어 있다.




 스포일러 일부 포함.

 ​그녀는 진위가 분명치 않은 이론 하나를 떠올렸다. 물에 빠져서 가라 앉고 있을 때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소용이 없고 바닥에 닿기를 기다렸다가 발 뒤꿈치로 바닥을 차야만 수면으로 다시 올라올 수 있다던가……

 됐어.

 이제 바닥에 닿은 거야, 안그래?

p185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이렇게 개똥같은 직업을 선택했다면 것뿐이야. 나는 바보처럼 일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더 고약한 건 말이야,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p219

 내가 어떻게 사는지 봤잖아? 정말 형편없다고. 그만하자 ……. 저 …… 난 내 얘기를 하는 걸 전혀 좋아하지 않아.

p298



 사실은 2권까지 모두 읽고 정리를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1권으로만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싶다. 다음 권에 '분명하게' 바뀌어갈 등장 인물 간의 관계를 즐겁게 보기 위한 사전 작업이랄까? 1권에서 느낀 이미지를 2권으로 끌고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관계.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어 중 하나. 태어남과 동시에 유년기, 청년기를 지나 성인, 중장년기을 거쳐 죽음에 이르기 까지 우리는 얽히고 설킨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느끼고 자신을 정립시켜 가면서 성장한다.


 삶의 끝에 이르렀을 때 후회 없는, 아니 '이정도면 즐겁게 살은 것 같은데?'라는 답을 내놓고 싶은 나에게 있어, 나를 둘러싼 관계를 삶의 즐거움을 주는 하나의 수단이다. 물론 나에게 이어진 관계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닐지라도 내가 생각하기에 꼭 지키고 싶은 관계는 놓고 싶지 않다.



 난 네 삶을 심판하지 않고 넌 내 삶을 심판하지 않기야, 오케이?

p281

​ 행주와 냅킨을 같은 서랍 속에 그냥 둬. 인생은 뒤죽박죽으로 어질러진 구석이 좀 있어야 재미있는 거야.

p346


 이러한 관계에 대해 떠올리게 한 책이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이라는 책 같다. 그림에는 재능이 있으나 그만두고 야간 청소를 하는 카미유, 일주일 내내 식당 주방에서 전쟁을 치르고 주말에는 아픈 할머니를 보기 위해 요양원으로 가는 프랑크, 현실과는 한 발짝 떨어져 있지만 과거(역사)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귀족 필리베르.


 이 세명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는 너무나도 약하다. 혼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야간 청소의 카미유, 주중에는 식당 일로 주말에는 요양원에 가는 프랑크는 일에 치여 살며,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는 별개로 스스로의 역사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필리베르. 다양한 방식으로 고립화된 삶 속에서 다른 어떤 관계도 형성 될 거리가 없는 이들이 작은 사건으로 하나로 묶이게 된다.



 

 필리베르, 고마워. 나에게 해준 모든 일에 대해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 당신은 모르고 있겠지만, 어찌보면 당신은 내 생명의 은인이거든.

p244

 너무나 휑뎅그렁하던 그 아파트에 어느 날 아침 빌딩 청소를 한다는 잠옷 차림의 여자가 나타나면서 삶의 온기가 되살아 났어.

p350

 그는 난생 처음으로 할머니를 자기 품에 꼭 안았다.

p364



 공통점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세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씩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들이 형성했었던 얇디 얇고, 약하디 약한 주변의 관계가 점차 개선되어 가는 모습이 좋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내지 못했던 할머니와의 관계가, 자신이 좋아했던 그림을 관두고 살아왔던 자신과의 관계가, 아무도 곁에 둘 수 없었지만 이들로 인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현재와의 관계가, 느리지만 천천히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한 계단씩 올라가는 모습이 첫 걸음마를 떼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를 보는 것과 같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리고 여기 저기에 뿌려놓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흥미로운 부분이다. 솔직히 여기서 소설을 끝내더라도 아무런 이상이 없을 정도로 '관계'에 대해 세심하게 다루고 있어 후한 평을 해주고 싶다.


 삐걱대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맞추어 시너지를 이끌어 냈다면 이제 새로운 관계로 인한 갈등이 다음 권에 등장하지 않을까 싶은데...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 처럼 달달한 로맨스로 달려갈 것인지, 아니면 1권에서 보여줬듯이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서 말을 해줄 것인지 궁금하다.

 

 과연 책을 낭독하는 필리베르와 요리를 하는 프랑크, 그들을 그리는 카미유. 이들의 관계의 끝은 어떻게 끝이 날까? 지켜보도록 하자.


너는 나와 마찬가지로 아슬 아슬한 균형을 지켜주는 사람이야.

p343

 ​





 <쓰지 않은 책 속 한 마디>


-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뭐랄까, 더 ……."

 "자아 실현에 더 도움이 되는 일 말인가요?"

 "그래요."

 "아뇨, 하고 싶지 않아요."

p25



-

 "여기, 이게 나예요?"

 "네"

 "세상에, 그림을 되게 잘 그리시네요."

 "애를 쓰긴 하죠."

p121



-

 "말하자면 아무것도 안하는거나 다름없어요. 보잘 것 없는 것들이죠."

 "그래도 즐기고 있는거지?"

 "네"

p260



-

 하지만 말이야, 만일 인텔리라는 것이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고 주의력이 강한 사람, 경탄하고 감동할 줄 아는 사람, 세상 만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이해하려는 사람,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 어리석은 존재로 잠자리에 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기꺼이 내가 인텔리라고 말하겠어.

p344

 



+ 이 리뷰는 <북로그컴퍼니>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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