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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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습니다]


[옆집 노는 누나]


[2017. 1. 27 ~ 2017. 1. 29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상상 속의 미래가 현실이 되었고, 어느새 현실이 앞질러가기 시작했다.

p16


 생각보다 사노 요코라는 작가가 활동했던 시기가 일제강점기 까지 가는 줄은 몰랐다. 이미 작고(作故)를 했지만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너무나 젊은 아우라를 뿜어내기에, 세월을 반추하는 글을 보더라고 기껏해야 중년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개인이 느끼는 시간이란 상대적이기 때문인가? 작가는 작가의 시간을 살았고 나는 나의 시간을 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관점에서는 먼지와도 같은 사람의 삶이 친밀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멀리서 보면 비슷하기에, 죽은 사람이라도, 우리나라의 아픈 기억이 있을 때라도, 일본인이라도 삶은 삶이었다.


 

 "진게 아니라 끝난거야"

 "진게 아니니까 이긴거야"

 "끝났으니까 이긴거야"

p29


 수많은 삶을 기록한 에세이라는 장르에 '전쟁'이라는 소재는 소재 자체로 봤을 때는 독특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이 극한의 상황으로 기억되는 그 시대에, 더우기 일제강점기라는 때에 한국인의 심정이 아닌 일본인의 심정이라니. '전쟁 中'에서 '전쟁 後'에 이르는 작가의 유년 시절의 기억은 '끝났을 뿐이지 진것이 아니다'는 그 시절의 기억은 역사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나에게 씁쓸함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세대를 초월해서 가깝게 느끼다가 갑자기 멀게 느껴졌지만 '전쟁'이라는 기억을 덜어내면, 수없이 빌려 읽었던 책과 끝없는 느긋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활자만 읽으면 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젊은 애들이 듣지도 않으면서 계속 음악을 틀어놓는 것과 마찬가지, 그러니까 배경 음악 같은 것이다.

p148

 인격이 고급스러워지는 것도 교양이 깊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때 그때 놀라고 싶을 뿐이다.

p149

 책을 읽으면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 사람들은 거의 아무것도 모른채 죽어간다.

p151



 읽었던 책을 또 읽고 또 읽으며, 그것도 아쉬우면 활자라도 봐야 직성이 풀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책을 보지도 않으면서 일단 사서 집에 쌓아두는 책벌레면서 '책은 읽지마!'라고 외친다. (웃음) 자신이 책을 읽은 것은 오직 스스로의 재미를 위할 뿐이지, 인격 성찰을 위한 깊은 사색이나 세계 평화 따위같은 것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말하는 대목에 가서는 작가를 만나보고 싶어졌다. (물론 죽은 뒤에 만날 수 있겠지)


 특히 "잠옷 목둘래 안쪽을 살짝 핥는다. 짠맛이 느껴지면 세탁한다. 그런데 매일 짜다."(p200)라고 말한 구절에서는 옆집에서 배를 벅벅 긁으며 만화책을 보고 있는 사촌 형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일제 강점기에 대한 몇몇 구절 때문에 멀게만 느껴졌던 작가가 어느 순간 보고 싶어졌고, 바로 옆에 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니 참 신기하다.


 하찮은 젊음이 부럽고 책을 보는 대신에 나가서 열심히 놀걸 그랬다는 작가는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에세이로 자신의 삶을 지속하고 있는 작가를 만나니 미처 알지 못했던 '에세이'의 매력이 느껴진다.



 친구야, 빨랑빨랑 일하면 나는 부자가 돼. 죽을 때 돈이 남아 있으면 어떡해? 아깝잖아.

p202

 죽어서 염라대왕이 "이름은?"하고 물으면 "엇?, 누구 이름요? 저요? 까먹었어요"라고 대답할 것 같다.

p264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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