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채식주의자]


[★★★☆]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


[2016. 7. 18 완독]



⊙맨부커상이란?


맨부커상(Man Booker Prize for Fiction)은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그 해 최고 소설을 가려내는 영국의 문학상으로서, 전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영국 연방과 아일랜드, 짐바브웨 국적의 작가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2013년부터는 작가의 국적과 상관없이 영국에서 출간된 모든 영어 소설로 대상을 확대했다. 2005년부터는 맨부커 국제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출처 : 위키백과(#링크)>


 오랜만에 찾아간 도서관 '신간코너'에 척~ 하니 꼽혀있는 <채식주의자>. 요즘 너무나 핫한 책이라 쉽게 빌리기도 힘든 책인데 이렇게 쉽게 만나게 되다니 오늘 도서관에 오기를 잘 한듯싶다.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쉽게 말하자면 외국에서 칭찬받은 책이다.


 솔직히 TV에서 계속 맨부커, 맨부커하니까 그런 상이 있는가 싶는거지 문학상 중에서 가장 유명한 상은 노벨문학상 아닌가? 발표 시기만 되면 "한국의 OOO 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기사 제목을 뽑아내며 광고를 하니 말이다. (기자가 돈 버느라 고생이 많어.. 참)


 책에 관해서 쓸데없는 반골(反骨)기질이 좀 있어 '괜히 책이 유명해지니까 보기 싫다. ▶ 나중에 보게 리스트에 올려놓자. ▶ 어느 순간 잊어버려 보지 않음.'의 악순환을 끝내고자 얼른 뽑아 들었다. 그리고 읽자. (30쇄의 위엄!)



 그저 재미있다. 흥미롭다.라고 얘기는 할 수 있는데 좋은 책이니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자 라고 <채식주의자>를 평가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분명 책 속에 빠져드는 몰입감이 존재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첫 번째 느낀 감정은...






(지금의 내용부터 스포일러 포함 - 리뷰니까.)




"<채식주의자>는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맨부커상 선정 이유-


 ...

충격과 공포였다. 분명히 TV에서 그렇게 <채식주의자>를 찬양을 할 때는 '채식주의를 선택한 한 여인이 받는 고난과 역경' 정도로 표현을 하길래, 고난과 역경이라고 해봤자 얼마나 심하겠어...라는 생각이 엄청난 착각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채식주의자.

남편은 수수한 그녀가 좋다고 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부부. 신혼의 짜릿함은 희미해졌지만 오랜 결혼 기간만큼 성숙해진 부부의 일상적이고 단조로운 삶.



 "꿈을 꿨어."



 이 한마디로 시작된 아내의 급작스러운 채식주의 선언에 남편은 놀랐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변하면 다른 한 사람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p23)


 꿈에서 무엇을 봤을까? 무의식에 잠들어 있던 어떤 트라우마가 깨어난 것일까? 알 수 없는 표정의 아내가 걱정되어 장인 장모와 처형과 형님의 도움을 받는 남편. 모두가 집으로 찾아와 고기를 권하는 장면이 압권. 차분한 권유에서 격정적인 강요로 강요에서 이제는 몸을 붙잡고 억지로 입에 고기 한점을 먹이는 촌극 끝에 칼로 자신의 팔을 그어버리는 장면은 충격의 서막일 뿐.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 쉬게 할 수 없다.

p61

"... ... 그러면 안 돼?" 

p64


 나는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남편에게 수수함을 강요받은 아내의 억압된 가정? 어릴 적 트라우마의 발현? 미지의 덩어리? 꿈 하나로 급격하게 변해가는 아내를 읽어가다 '꿈'이 묘사된 부분을 다시 읽기도 했지만 오리무중.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내용 사이에 아내의 손에는 찢긴 새의 몸뚱이가 쥐어져 있었다. (이거 뭐야...)


 몽고반점.

그는 처제를 사랑했다. 아니 탐했다고 하는 게 맞다. 그냥저냥 살다가 지금의 아내와 만나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내에게 없는 무엇을 처제는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아직도 엉덩이 어딘가 몽고반점이 있다는 아내의 말이 포르노그래피의 한 장면처럼 그의 상상 속을 맴돌았다.


 그에게 그것은 그저 추한 상상일 뿐이었다. 자신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고, 처제에게는 남편이 있었다. 처제에게 일어난 채식주의 사건으로 남편과 이혼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지금. 그는 상상 속의 몽고반점을 현실로 불러왔다. 치료의 일환으로 보디페인팅을 제안한 그에게 아무런 감흥 없이 일을 수락한 처제는 기꺼이 몸을 맡겼다.


 화려한 색채로 몸에 꽃을 그리며 작품을 완성한 그는 희열과 동시에 처제를 탐하고 싶은 욕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에 꽃의 화려함을 입히면서 쓸쓸한 얼굴의 처제를 범한다. 그리고 그 끝은 당연히 파멸.

​ 나무 불꽃.

석 달 전, 그녀의 여동생이 발견되었다던 숲은 어디쯤이었을까.(p152) 이제는 폐쇄 병동으로 이송된 동생은 죽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 깡마른 몸의 코에 튜브를 끼운 후, 음식을 주입한 뒤 강제로 재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동생을 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을 강제로 멈추고자 하는 동생은 그녀에게 묻는다.



"... ...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p191 

​ ... ... 이건 말이야 ... ... 어쩌면 꿈인지 몰라

p221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 버린 것을,

p166

 찜찜하다. 여자가 채식주의자를 선언한 그때부터 마지막까지 말이다. 왜 갑자기 그렇게 변했다는 어떤 힌트도 찾지 못한 채로 덮인 <채식주의자>를 한동안 쏘아보았다. 꿈으로 시작하여 꿈으로 끝나는 <채식주의자>. 충격을 주는 것도 모자라 내 꿈에까지 보여주려 하는 어처구니없는 맨부커 선정 이유를 다시 한번 곱씹으며 "이런 미친...." 이란 소리가 육성으로 나왔다.


 결국 남편, 형부, 언니는 어떤 죽음을 맞이했다고 본다. 평범한 삶에서의 죽음, 사회적 삶에서의 죽음, 정신적인 죽음 등등 이들에게 갖다 붙일 단어는 많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국에는 어떤 죽음을 맞이한 3명과는 반대로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하고 있는 아내이자, 처제이자, 동생인 여자가 "죽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왜 죽으면 안되는 것이냐?" 라며 언니에게 되묻는 물음을 읽는 순간. 오직 그녀 만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소리 같이 들리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를 송두리째 죽음으로 묘사하며, 고고한 고행자처럼 묘사되는 여자를 멀찌감치 지켜보니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추천할 수는 없겠더라. 작가의 역량과 책의 흥미, 몰입은 훌륭하지만 결코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그런 책.


 결국, '충격과 공포다!! 그지깽깽이들아.'라는 짤 이 적절하네.





  따로 있을 때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합해지면 그 중 어느 것도 아닌 다른 이야기 -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 가 담기는 장편소설

- 작가의 말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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