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 100엔 보관 가게]


[★★]


[그자리 그대로]


[2016. 6. 4 완독]





무엇이 오든 주인은 보관합니다. 그게 일이니까요.

p26

손님은 하루에 한 사람이 올까말까.

p10

"이곳을 지금 이대로 두는 것이 제겐 중요합니다."

p112


 현실에는 없을 것 같으면서도 어디에는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의 보관가게.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가게가 아니다.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하루 보관료를 100엔으로 계산해서 선금으로 받은 후,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가게 주인에게 물건의 소유권이 넘어가는 특이한 가게.


 인적이 드문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처마에 걸린 포렴(#링크 일본식 간판)이 아니라면 가게인지 모를 아담한 가게에는 항상 책상에 앉아 손으로 책을 읽어가는 맹인 주인이 손님을 기다린다. 이곳이 처음이 아니라면 오랜 시간이 흘러도 목소리만으로 먼저 손님의 이름과 보관한 물건을 기억하는 뛰어난 기억력의 주인장이 현실에서 한발자국 벗어난 몽환적 느낌을 자아낸다.



 "행복하니?"

 "글쎄, 다 이런 거 아닐까?"

p152


 무엇보다 독특한 문체가 마음에 든다. '보관 가게와 주인장'이 중심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을 지켜보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는 모두 다르다. 처마에 걸린 포렴, 물빛 자전거, 진열장, 고양이, 소녀 등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이 모두 달라 나를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물건이 삐지는 부분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온다)


 한 때는 푸근한 할아버지의 느낌으로, 다른 때는 새침한 아가씨의 느낌으로 보관가게를 그려내니 한곳에 고정되어 있는 가게와 맹인이라는 신체적 한계 때문에 밖을 마음대로 나가지 못하는 주인장에게 다른 역동성을 부여해주어 좋다.

 

 그리고 각 단락마다 행복, 약속, 기다림 등의 주제의식이 깔려있어 시종일관 훈훈함을 유지하여 마음 한구석이 따뜻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자리 그대로'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 나의 기억에나 존재하는 추억 속의 장소같은 <하루 100엔 보관 가게>. 즐겁게 읽었다.




 "나와 주인은 동시에 비누 아가씨를 보았다."

덧. 작중에 언급된 오르골의 트로이 메라이.


오르골 버전 (링크)


피아니스트 호로비츠 버전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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