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인가 - 존엄한 삶의 가능성을 묻다
오종우 지음 / 어크로스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무엇이 인간인가 : 존엄한 삶의 가능성을 묻다]


[내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길 바란다]


[2016. 5. 11 ~ 2016. 5. 12 완독]


[인터파크신간리뷰단 활동]




인간은 신비롭습니다.

인간이라는 신비를 풀수만 있다면

전 생애를 바쳐 풀수만 있다면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겁니다.

인간이 되고 싶어서

인간의 신비를 탐구하려고 합니다.

- 친형 미하엘에게 보내는 편지 1839 -

p7

 인격은 하나의 우주로서 유일무이하다.

p28


 <무엇이 인간인가>라는 인문학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책이라 바짝 긴장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한권의 거대한 독서감상문이라고 해도 좋겠다. 한번쯤은 들어봤지만 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죄와 벌>. (나만 그런가!) 특정한 책을 통해서 인간을 탐구하는 방법이 신선했고, 이 점이 인문학이라는 딱딱함을 부드럽게 만들어준 느낌이라 높은 점수를 준다. (하지만 <죄와 벌>이라는 책을 완독하고 보면 더 좋았겠지....)(요건 장점)


 <죄와 벌>을 개략적으로 읽은 느낌이다. 그리고 기분이 묘해졌다. 독서가 취미이다 보니, 스스로 정한 독서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지켜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온전히 한명의 작가와 한명의 독자가 만나 생각을 나누는 장소라고 본다. 물론 작가의 손에서 떠난 책이지만, 재미와 흥미를 지니고 한장 한장 책을 읽어 나가고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기도 하고 반대 하기도 하며 '나만의 생각'을 쌓아가는 사유(思惟)의 시간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독자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작가가 <죄와 벌>이라는 책을 꼼꼼히 기록하고 내용을 꼭꼭 싶어 주었다. 고맙기는 하지만 원하는 바는 아니였다. '이 책은 나를 어떤 식으로 전율시킬까?'라는 기대감이 사라지니 슬프기도 하다. (요건 단점)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880 -

p16

 산다는 건 회계장부를 만드는 일과 다르다.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일도 아니다. 수량을 세어 점수를 매기고 도표로 실적을 헤아리는 게 인생이 아니다. 산다는 건 한 점의 그림을 그리는 일과 같고, 한 곡의 노래를 부르는 일과 같다.

p18

 고전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자꾸 생각해보라고 한다. 왜 그러는 걸까. 우선 진짜 세상을 만나게 해주고, 다음으로는 정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답을 찾고자 하는 자세가 소중하다는 점을 알려 준다.

p21


 잡설이 좀 길었다. 뭐 어찌하겠는가. 일어난 일은 이미 지난 일이거늘... 해악이 되는 것도 아닌 것을. '고전'으로 불리는 책을 '꼭' 읽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서문이 마음에 든다. 좋은 책은 독자를 괴롭힌다. 그저 즐겁게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기게 두지 않는다. 생각하라고 강요한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다음장에 다시 생각하라고 외친다.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어느 순간 특정 주제에 대해 나만의 의견이 생긴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입밖으로 내지 않는, 남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것. 오~~~ 뭐 그렇다. 손으로 일일이 기록하기가 힘들고 귀찮아 인터넷을 통해 오픈 형식으로 내 생각을 늘어놓고 있지만, 모든 것은 나를 위한 것이지 남을 위한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그래서 작가가 던진 몇가지 질문에 답해보고자 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는데, 그건 진리요. 하지만 극빈이라면, 극빈은 죄악이라오. 가난하더라도 타고난 감정의 품위를 지킬 수 있지만, 극빈 상태에서는 그 누구도 절대 그럴 수 없지. 그 정도로 가난하다면 아예 사무치도록 수모를 주면서 빗자루로 인간 사회에서 쓸어내버리지. 당연한 일이오, 극빈 상태에서는 자기가 먼저 자신을 모욕하려 드니까.

<죄와 벌 中>

 특정 브랜드의 물건으로 인격을 대신하려 든다.

 가난과 달리 극빈은 영혼을 죽이고 인격을 말살한다.

p41

 가족을 위해서 몸을 팔아야 했던 로쟈의 첫째 딸 소냐를 통해 들여다보는 찢어지게 가난한 '극빈'한 삶. 과연 내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한가지 떠오르는 얘기가 있다.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면서 빚이 몇억이 쌓여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 빚이 가족에게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는 부모와 해맑은 웃음의 아이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왔던 첫번째 댓글은 "외식할 시간이 어디있나? 그 시간에 돈을 벌어 빚을 갚아야지." 맞다, 아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빚이 그들을 극빈한 삶으로 내몰았기에 얼른 청산을 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 우려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한달에 분식집에서 외식도 못할 정도여야 할까? 삶이 어려운 사람은 단란한 가정을 위해 한끼의 식사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얘기하면 능력도 없는 사람이 얘를 낳아가지고... 라는 식의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돌아오니 입을 닫겠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알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히고 싶지는 않다. 쩝... 서글프다.



과학이 인간의 본성을 알 수 있을까

악을 근절할 수 있을까

과학은 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작가 일기> 1877

 '내 주제에 뭘 돕겠다고 남의 일에 끼어든단 말인가. 서로 잡아먹든 말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p68

 온갖 사람들이 사는 이 세상에서는 낮은 비율의 사례는 어쩔 수 없다거나 별 문제 안된다는 태도를 우리도 자주 대한다.


ex) 메르스의 사상자가 38명 '밖에' 안나왔으니 별문제 없다거나, 수백만명 사는 도시에 노숙자가 몇십명 '밖에' 되지 않으니 별 문제 없다는 등.

p68


 내가 남의 어려움을 보고 기꺼이 돕는 사람이고 말하지 않는다. 분명 최고의 대답은 '무조건으로, 마음으로 돕는다'라고 하겠지만 최선은 '적당한 선에서 돕는다.' 거나 '나에게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돕는다.' 겠지. 아, 세상과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어른의 가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서글프다.


 가족을 위해 몸을 파는 소냐와 가족을 위해 돈이 많은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두냐. 자신을 희생하여 가족을 살리는 선택을 한 그녀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



 희생이란? 소멸이나 죽음이 아니라 생성이자 삶이다.

p75

 그녀들의 희생으로 가족이 빚에서 벗어나 사람다운 삶을 살게 되었으니 된 것인가? 희생이 죽음이 아니라 생성이자 삶이라는 문구에 동의 할 수가 없다. 희생을 선택한 그 한사람으로만 한정짓는다면, 과연 생성일까? 새로운 삶의 시작일까? 지옥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희생하는 삶, 타인을 위한 삶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범인은 섣불리 택하지 않을 일일뿐만 아니라, 그 희생의 댓가로 자신이 파멸할 수 있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옹졸한 나는 감히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현대에 널리 퍼진 힐링이나 자기계발서니 하는 것들이 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우선 아끼라며 자기 중심주의를 강조한다.

p102

 지금 시대에서 '배려'라는 단어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몸이 으스러지도록 달리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타인이 존재할리가 없다. 돈은 숭배의 대상이 되었고, 우리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있으며,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저 안타까운 일이고 나는 우리는 그러지 않는가? 모두 마지막 남은 자아'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을 뿐이 아닐까. 어려운 이가 TV에 나오면 도움의 손길이 쏟아지지만,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도움을 주는 이는 얼마나 될까.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이상향이나거 일부일뿐, 현실은 이렇다. (오..너무 염세적으로 가네?)


 

 자살은 문제를 긍정하게 만든다. 즉 문제로 다뤄야 할 일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묶어 버린다. 실제로 어떤 문제에 연관되거나 책임있는 인물이 자살하면 사회는 더 이상 그 문제를 다루지 안고 덮어 버린다. 자살은 문제의 시비를 따지는 일을 중단 시킨다.

p216

 자신을 선하고 옳다고 여기는 것보다 어딘지 잘못한 점이 있고 옹졸했던 점도 있다고 인정하는 태도는 훨씬 가치있는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준다.

p228

 자신만이 진리라고 주장하고 나서면 사람을 죽이는 일이 발생한다. 꼭 생물학적으로 목숨을 앗는 일만이 살해가 아니다.

p235

 테크놀로지는 이제 단순히 수단이나 도구에 그치지않고 삶을 구성하는 근본 토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인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바로 테크놀로지에 의존하려는 태도에 있다.

p251


 애지중지 키워온 딸들이 몸을 팔거나 팔려가는 최악의 상황과 자신의 정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전당포 노파를 죽인 로쟈. 이렇게 쉽게 볼 수 없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태도를 반추 할 수 있었다. 내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기 바란다. 세상은 항상 빛이나고 아름다운 일이 가득하다고 말이다. 웅크리고 있는 작디 작은 '나'에게 당신의 따뜻한 손길을 건내주기 바란다. 내가 아니라고 말해주기 바란다. 세상은 지켜져야 하는 곳이라고 말이다.

 




 산다는 건 회계장부를 만드는 일과 다르다.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일도 아니다. 수량을 세어 점수를 매기고 도표로 실적을 헤아리는 게 인생이 아니다. 산다는 건 한 점의 그림을 그리는 일과 같고, 한 곡의 노래를 부르는 일과 같다.

p252





+ 이 리뷰는 인터파크도서 신간리뷰단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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