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존, 디어 폴
폴 오스터.J. M. 쿳시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디어 존, 디어 폴]


[우리는 계속 생각하고 배워야합니다.]


[2016. 3. 26 ~ 2016. 3. 28 완독]


[열린 책들 출판사 서평단 활동]





하지만. 문득, 그게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p11

 우리 중 대다수는 이기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스포츠는 우리에게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에 관해 가르칩니다. 무엇보다, 져도 괜찮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p223



 음~.

 무엇보다도 책의 질감이 너무 좋다. 표면이 까끌까끌 한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은 기분좋은 쓸림이라 좋고, 냄새 또한 좋다. (ㅂㅌ? 항상 책이 읽기 전에 냄새를 맡아보는데 다 달라~) 이것이 양장본(하드커버)의 힘?! 일단 기분좋게 책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두자.


 <디어 존, 디어 폴>의 디어(Dear)라는 표현은 대부분 편지를 시작할 때 쓰이는 문구이다. 친애하는 존에게, 친애하는 폴에게 라고 쓰고는 서로간의 안부를 묻고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그 편지 말이다. 가상의 편지도 아니도 실제로 살아있는(?) 두 사람의 편지를 엿보는 경험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육체적으로 끌리지 않는다면요. 일단 섹스가 개입되면 끝입니다.

p21

좋은 친구는 성애에 요구되는 신비의 요소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p25


 특정 주제에 대해 타인이 말하는 것을 받아들여 내것으로 만드는 것과 편지에 쓰여있는 타인의 말을 읽어 내것으로 만드는 것의 차이는 뭘까?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타인의 말을 끝까지 듣고 거기에 맞춰 얘기를 하거나 분위기를 보고 말을 하는 비언어적인 측면과 충분한 준비가 없이 내뱉는 말로 감성이 상할 수도 있는 경우도 생각해야 하겠다.


 하지만 글로써, 편지로써 타인과 대화를 하는 경우는 재미있는 측면이 있다. 오직 두사람만이 생각을 나누고 있는듯 보이지만 내가 슬쩍 끼어들어 말을 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감정을 상하게 할 경우도 없으며, 다른 생각이 들면 다시 대화를 시작해도 좋다. (물론 풍성한 대화를 위해서라면 전자가 좋다.)


​ …… 그것들은 항상 같은 책이지요. 같은 이야기가 미묘하게 변주되면서 끝없이 반복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그러한 소설들을 지칠 줄 모르고 갈구합니다.


(중략)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회에 갈때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이미 그 곳을 외울만큼 잘 알고 있지만 이 특정 피아니스트가 그 곡을 어떻게 해석할지 듣고 싶은 거지요.

p56


 언제 어디서나 접속 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SNS나 E-mail을 쓰지않고 굳이 편지로 꾹꾹 눌러쓰는 그 감성이 좋다. 상대방의 안부에서 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요즘 하고 있는 일, 앞으로의 계획은 제쳐 두고 신변잡기(身邊雜記)처럼 써내려가는 두 작가의 특정 주제에 대한 대화가 흥미롭다.


 편지를 통해 친구와 우정, 남여간의 우정, 정치, 문학, 문화, 스포츠, 쾌락, 섹스, 언어, 여행에 이르는 토론이 자못 진중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가감없는 토론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점이 아닐까? 의견이 갈려 벽에 도달했을 때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성숙한 모습이 아름답다.



제 책에 대한 논평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일체 읽고 있지 않습니다만, 그가 쓴것을 읽으면 낯선 사람한테 습격당한 기분이 들거라는 얘기는 다른 이들로부터 들을 만큼 들었습니다.

p163

 

 독서를 독려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은 것으로 여겨야 합니다.

p238



 모든 주제 중에서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은 역시나 책에 대한 이야기.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리스의 <윤리학>, <슬로우맨>, <유령퇴장> ... 그들이 봤거나 추천하는 책을 찾아보려고 노트에 적어내려가다가 너무 많아서 적기를 멈추었다. 역시 독서의 폭과 깊이가 남다른 사람은 대단하다 싶다.


 안량한 내 독서편력(遍歷)따위를 가지고 어디에 들이댄다는 자체가 우습다. 역시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는 말이지... 항상 겸손해야지.


 전자책에 대한 언급이 흥미롭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세계는 책에 대한 관심이 자꾸 떨어져가나 보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위협한다고 할지라도 독서를 장려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니...쩝.. 뭔가 서글프다. 다양한 취향은 존중해줘야 마땅하지만 장점이 단점보다 많음을 누구나 인정하는 독서를 말만 취미로 가지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니 말이다.


 나도 저런 대화 상대를 구하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책이 마무리 되네... 작가가 누군지는 별로 상관이 없고 관심도 없다. 그저 그들의 대화가 부러울뿐.. 느린 편지에 묻어있는 숙성된 고찰이 좋은 책.

 


 세상은 그러한 경이를 계속해서 토해 냅니다. 우리는 계속 배웁니다.

p330

 



+ 이 리뷰는 <열린책들> 출판사 서평단 (yes24 리뷰어) 활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덧. 리뷰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10일 동안 책이 11권 왔거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