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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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기로한 메르타 할머니]


[하루 범죄 한 건이면 의사가 필요 없다!]


[2016. 2. 23 ~ 2016. 2. 27 완독]


[열린책들 서평단 활동]





하루 범죄 한 건이면 의사가 필요 없다.

- 스티나 오케르블롬 77세 -

(도둑질 中)

"이런 젠장, 내 약을 잊고 왔어!"

"지금 꼭 먹어야 되는거야, 그 약들?"

"혈압약이거든"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감옥에 가기로한 메르타 할머니>는 단숨에 읽어나가기는 힘들었다. 담배 하나 꼬나물고 현금수송차량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활극이라 쭉쭉 책을 읽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웬만한 사전과 맞먹는 590장의 두께로 인해 한 손에 책을 들고 한장씩 넘겨보는 자세는 불가능. 한쪽에 쌓아올린 이불에 등을 대고 반쯤 누워서 보는 자세도 실패. 그렇다고 '책'을 180˚도 눌러 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서 책 한쪽에 얇은 책을 한권 두고 벌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봤다. (자세를 바꿔가면서 봤는데 힘들어... 수고했다 내 손목아)



이제 막 은행을 털려고 하는 79세의 노부인일수록 당당함이 필요하다.

p7

위대한 대가들은 결코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는 법이 없어요.

p565


 보행기의 돌돌거리는 소리와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날카로움을 표정에 숨기고 은행창구로 돌진하는 어느 '전설'의 시작. 신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지금의 계획을 실행할 차례다. ... "돈 내놔", "경비원~ 양로원 가는 택시 좀 잡아드려요~". 푸핫. 메르타 할머니는 경비원의 친절한 안내로 택시에 따고 노인 요양원으로 곱게 돌아온다. 분명히 '돈을 내놓으라 그랬는데 돌아오는 이 친절함'의 정체는 뭘까?


 일확천금(一攫千金)의 꿈을 꾸고 은행을 터는 강도의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진짜로 은행을 털기위해 갔는데 곱게 포장?되어 양로원으로 반송시키다니... 누구라도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은행을 턴다.'라는 생각은 하기가 힘들 것이다. 대부분은 '치매가 걸리셨나...'라고 넘어가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돈을 건네주는 척하다가 무릎으로 무음 경보기를 누르겠어? 오~ 노인에 대한 편견이여.


주민등록상 나이가 고작 일흔일곱 '밖에' 안되었다.

p20

 열쇠 구멍이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마그네틱 카드를 넣어야 열리는 작은 상자같이 생긴 것이 떡하니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p46


 너무 유쾌하게 양로원으로 돌아온 메르타 할머니를 보고는 <감옥에 가기로한>이라는 문장은 뭔가 다른 장치로 작용할 줄 알고  술술 책을 읽어 나가는데 진짜 은행을 턴다. 응?? 먹을 것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다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외출을 금지당하기도 하는 요양원을 벗어나 삼시세끼 영양식이 나오고 운동도 시켜주고 젊은 친구들(?)도 잔뜩있는 감옥으로 가기위해 노인 강도단을 결성한다.


 새롭게 설치한 마그네틱 카드 방식의 잠금장치 때문에 야밤의 간식 타임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되었지만 강도는 기가막히게 실행한다. 어떻게 노인들이 물건을 훔치지? 라는 우려를 멋지게 날려준다. 시험삼아(?) 해본 사우나 금고털이가 시원하게 성공하며 자신감을 얻은 노인 강도단은 값비싼 미술품을 훔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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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 건은 시험삼아 해본 걸로 쳐. 로빈 후드도 처음부터 성공하지는 않았을걸, 아마.

p123

우린 이제 여기서 매일 회의를 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거야. 노인 요양소에 작전 사령부를 차린 것인데, 그 누가 상상이라도 하겠어?

p420


 <오리엔탈 특급>과 같은 도둑 영화를 관람하며 연구를 하고, 사전에 박물관을 시찰도 하고, 운동도 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게된다. 유명한 강도 영화인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와 같은 치밀함과 긴박함은 반쯤 부러진 쇠지팡이를 집다가 넘어지는 장면으로, 강도단이 등장하면 으레 일어나는 격투신은 경비원의 부축으로 변모해서 다소 밋밋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훔친 그림을 깜쪽같이 숨기는 방법, 인질(=그림) 교환에 쓰인 돈을 받는 방법 등은 "이건 완벽한 범죄야" 라는 경찰의 대사처럼 치밀하고 기민하다.


 일신의 안위를 위해 강도단을 조직한 것 치고는 적당한 금액에 그림을 돌려주려고 하는 점이나 (독자만 아는) 기막힌 우연이 겹쳐 경찰이 쳐놓은 덫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감옥에 가기로한 메르타 할머니>의 백미라고 말하련다. 이후, 감옥에 가기위해 범죄를 자백하고 감옥에 들어가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어 (괜히 감옥이 학교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아닌가 보다) 새로운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짜는 전략을 보는 재미가 빼어나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빅엿을 먹는 경찰을 보는 재미가 소소한 조미료가 된다. (자세한 얘기는 책을 사서 보자)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다 늙는 것이고, 늙는다는 것이 꼭 비극적인 것만도 아니지 않겠는가 …….

p197

이 할머니는 너무 마르고 병색마저 있어서 그 몸으로 뭘 가져갈 수도 없는 노인에 지나지 않았다.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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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사람들은 노인 거주 시설보다는 스포츠 센터 짓는 걸 더 좋아해. 

p81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어떠한 과정을 지나오던 결국에는 늙으며 최후에는 죽음을 맞이한다. 만고불면의 법칙이자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해주는 늙음 과 죽음. (과정 상의 예외는 있지만 끝에는 동일하다는 것, 동안과 같은 괴물과 의학기술의 발전은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자) 각자의 성공으로 가기위해 열성을 다해 살아온 끝에 뒷방늙은이로 밀려나는 현실 (#링크) 과는 달리 사람은 끝까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정진하고 살아야 하며, 젊은이 못지 않는.. 아니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연륜을 극대화 시켜 보여주는 책이다.


 사회 인식 저변에 깔린 '늙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뒷방늙은이'와 같은 노인 비하발언과 같은 뒷통수를 참나무 방망이로 후련하게 까주는 후련한 책이라 재미있다. (요즘은 부정적인 의미로 노인, 늙은이를, 시대의 귀감이 되는 긍정적인 의미는 어르신, 갓할배에 부여해서 쓰고 있더라)  또한 메르타 할머니를 필두로 한 강도 노인단의 개성있고 특색있는 구성원들은 "어느 현장에서 뛰다 오셨어요?"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강도에 천재적인 면모를 보인다.



 과연 노인 강도단은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 할 수 있을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열풍을 잇는 훌륭한 책이라고 하겠다. (온고지신의 표본)



 

우리 나이에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위험에 뛰어들다니! 모르긴 몰라도 그런 사람은 세상에 우리밖에 없을걸.

p93

엄마는 마침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한거야. 엄마는 이전에는 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기가 아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기가 아닌 남들의 마음에 들려고만 했지.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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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겨야? 개선책을 요구하는 것인데."

p22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방법이 없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답은 있게 마련인거야. 때로 그 답은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어. 난 이 경험을 믿어.


그러라고 있는 연륜이 아닌데..

p521

다음에 또 한탕하게 되면 미리 알아두어야 하잖아.

p571




+ 이 리뷰는 <열린책들> 출판사 서평단 활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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