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의 검 소설NEW 3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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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의 검]


[그래, 항상 머리좋은 사이코가 문제야]


[2016. 1. 7 ~ 2016. 1. 11 완독]


[나무옆의자 서평단 활동]





기자들은 누구나 숨겨놓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p41

이 세상에 사건을 앞에 두고 멍청하게 바라만 보고 있을 기자는 없다.

p67


 여러 보좌관과 적당한 교분을 나눔은 물론이고, 적당한 거래와 유용한 정보의 교환으로 무장한 정치부 기자인 영민은 후배 아영과 함께 노련하게 기사를 뽑아 낸다. 여느 기자가 그렇듯 '기자, 보좌관, 정치인' 사이는 항상 그렇듯 끈적한 무언가가 존재했고, 우리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를 철저하게 유지했다.


 어느날, 형 영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달려간 안치소에서, 형의 귀가 양복 주머니에 들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고 잠들어 있던 기자의 본능이 살아남을 느낀다.


 정계와 재계, 언론, 조직을 아우르는 힘과 자본이 만나면 어떠한 시너지를 가지는지,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정경유착(政經癒着)을 어떻하면 시원하게 뒤집어 주는지 보여주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영화인 <내부자들>,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이 떠오른다. (재개봉은 반칙이야!!) (<신세계>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죠.) 앗, 삼천포로 빠졌다. (망할 의식의 흐름) <가토의 검>과 <내부자들>에는 아닌것 같아도 비슷한 부분이 존재하거든.


 이러한 뉘앙스로 <가토의 검>을 본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류의 소설은 내용을 스포하면 재미없거든..  "1월에 추천하는 책"으로 올려놓고 싶을 정도로 잘 짜여진 소설. 재미있다. 보자.







<자! 지금부터 스포일러(리뷰)>







사진만 보면 우린 행복한 가족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p21

 <가토의 검>이라는 제목으로 말미암아 '일본 작가'의 소설일 것이라는 내 통념을 발로 걷어 차버린 작가에게 감사한다.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랄까) 재혼으로 이뤄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폭력적인 아버지와 약했던 형만 챙겨주는 어머니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 영민. 굴지의 의지로 정치부 기자가된 영민의 지루한 일상에 "형의 죽음"이라는 사건은 비통함보다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시사하는 흥미로운 기삿거리에 불과하다.

 

 형의 행적을 뒤쫓으며 (없던 형제간의 우애가 살아난 것인지) 약하고 심약했던 그의 비참한 삶에 슬퍼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자신이 알던 '형'이라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행동을 했던 형의 과거가 "가토의 검"이라는 물건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난 후, 영민 자신도 사건에 깊숙히 발을 담그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아버지의 폭력은 내 영혼을 왜소하게 만들었다.

p94

 당당하게 <스포일러>라고 적었는데도 스크롤을 내리신 말잘듣는 독자분들을 위해 다시 콩고물을 살짝 섞어 몇자 적어봤다. "재미있다니까! 그냥 읽어보라구!" 아직도 못믿는 것인가...


영혼없는 공무원이 나쁜게 아냐. 영혼마저 빼앗아간 권력이 나쁜거지.

p133




<이제는 나도 몰라>





낡은 검이지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파급 효과를 낼 수도 있어.

p225

정의나 도덕이란 절대적 가치가 정치에 부딪혀 한 방에 나가 떨어지는 걸 보고 있으려니 서글픈 마음뿐이야.

p174

 사회의 모순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덮쳐오는 파도에 맞서기 보다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여느 평범한 이들과 같이 '세상과 타협'을 하는 어른 영민을 나는 탓할 수 없다. 나라고 뭐 별 수 있겠는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과 타협을 한다는 맥락과 비슷하며 이를 거부한 몇몇의 투사만이 역사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힘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극히 평범한 나는 쭈글쭈글.


 형의 죽음을 쫓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기자의 재치(라쓰고 쓰레기짓..)를 보는 재미와 마침내 국가가 움직이는 '가토의 검'이라는 엄청난 물건과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져 커진 판에 숟가락을 얻히는 영민의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지만 모른척하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해 지려는 찰나에! 극적으로 형을 죽음으로 몰고갔던 범인이 잡히면서 허무하게 끝을 맺는 듯했다.



나는 욕망을 거세하면서까지 도덕적 군자로 살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욕망이 다가 온다면 충분히 타락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p270

 허나! (오오 역시!)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영민'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작중의 누구보다 깊이 파악할 수 있었다. 정치부 엘리트 기자라는 탈을 이면에 숨겨져 있는 그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 그를 얼마나 비인간적인 내면을 책의 곳곳에서 찾을 수가 있다. (이미 앞에서 인용구로 떡밥을 던졌다.) 단순히 형의 특이한 죽임이 국가가 쫓는 물건으로 확장되고, 이 모든 것을 조종한 영민이라는 인형술사가 있다는 사실이 마지막에 드러나면서 '소름이 쫙!' 돋았다.


 형의 죽음을 기자 특유의 감으로 파헤치고 풀어나가는 판에서 천천히 차오른 다른 떡밥이 사건을 다른 방향으로 독자를 유도하고 있고, 마지막에 가서는 '주인공이 나쁜놈이야!'라는 통수를 시원하게 친 재미있는 소설. 특히, 뜨문뜨문 등장하는 영민의 과거와 그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사이코적인 기질이 등장하여, 책의 최종장에 들어갔을 때 독자가 혼란스럽지 않게 한 작가의 배려도 좋았다. (나는 멍 때리고 봐서 항상 혼란에 빠지지) 뭔가 시리즈로 2부가 나와도 재미있겠다는 설정이라 추이를 지켜보자. (유일하게 사이코적 기질을 알아챈 형사와의 2라운드! 어떤가! 제 2의 강철중이 될 수도 있어!)


 클리셰(함축해서 표현하면 '진부하다' 정도)라면 클리셰라고 표현을 해도 되겠지만 몰입감있는 문체가 책을 읽는 끝까지 흥미를 돋우는 책이다. (19금 묘사는 좀더...) 2016년 초반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보다니... 운도 좋지.



그래, 항상 머리좋은 사이코가 문제야.

p328

사건이 수사관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하면 절대로 중간에 끝내지 않는다는거. 사건을 해결하는데 평생이 걸리더라도 절대 손을 놓지 않는다는 얘기지. 이 사건이 내 몸으로 스며들고 있어.

p340




<사용하지 못한 책 속 한마디>


1. 실패했다고 누구나 인정 하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p146


2. 우리집은 강한자가 지배해왔다. 아버지와 형은 사라지고 어머니의 힘이 빠진 지금 내가 유일한 강자였다.

p207


3. 귀에 십자가를 박았다고 악마가 천사가 될 수는 없어요. p318


+ 이 리뷰는 <나무옆의자> 서평단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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