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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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탐독]


[우당탕 나무 덕후의 나무 이야기]


[2015. 12. 8 ~ 2015. 12. 11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언제나 우리 곁을 지켜준다.

 

 세상은 넓고 미친...이 아니라 '취향의 다양성'은 끝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XX덕후, OO덕후 등 수많은 수식어를 동반하는 마니아 중에 '나무 덕후'라는 특이한 출신 성분을 들고온 작가. (출판사는 무엇을 노린 것일까) 본디 마니아든 덕후던 자신의 취향을 어느정도는 숨기는 것이 미덕이건만 이렇게 당당하게 책을 세상에 내놓은 것을 보니 '보통 사람은 아니다' 싶다.


 <나무탐독>이라는 제목의 취지와 부합될 정도로 나무에 대한 무한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작가가 처음에는 좀 당황스럽다. 책을 읽는 독자를 위해서 '소나무, 잣나무, 사철나무' 등으로 간략하게 표기하는 것으로 보아 (모르는 나무 명칭도 있었지만..) '학명'에 연연할 정도의 유연성이 없는 이는 아님이 보인다.


내 알량한 나무 상식을 뛰어넘는 상수(=고수)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p7


 나무에 관한 애정을 만천하에 드러내면서도 실력의 서푼만을 보여주는 듯한 겸손함 속에 고수의 칼날이 바짝 서있구나. 개옻나무, 박쥐나무, 등나무, 벚꽃나무, 자작나무 등 훅~ 불면 날아갈 것같은 먼지같은 상식의 끈을 붙잡아 몇가지 들어봄직한 나무와 전혀, 절대로 알 수 없던 '처음 들어본' 나무 이름이 신기하다.


 책을 덮으면 얼마나 기억하겠냐만은 '이팝나무'가 정식 명칭이었다는 사실과 '엄나무'로 알고 있던 나무의 정식 명칭이 '음나무'였다는 사실 정도는 기억한다. (사전을 찾아보니 엄나무가 사투리라는 소리도 있고 같은 말이라는 소리가 있다.)


 사실, 나무만 줄줄이 나열해 놓는다면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질리기 마련이라 초반에 읽기가 좀 거북스러운 면이 있다. 그런 우려를 '어떤 물체던 나무 성분이 들어있다면 모두 조사한다!'는 괴랄한 면모를 보이며 '문화재 재질, 보물선 재질' 등을 조사하는 작가의 행동에서 왜 <나무탐독>이라는 제목이 나왔는지 절로 납득이 간다. (이정도면 왠만하면 덕후력이 측정불가인데?)



 보통 흔한 나무는 잎달린 작은 가지 몇개를 잘라도 생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 (중략) 숲 속 큰 나무 밑에서 어쩌다 들어오는 '틈새햇빛'을 이용하여 살아가는 작은 음지 나무들은 사정이 다르다. 삼십여 명의 학생들이 작은 가지 하나씩만 잘라도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p31


 더우기 '힐링'으로 대표되는 '숲'이라는 공간을 '생존을 위한 삶의 치열한 전쟁터'로 묘사한 점부터 시작되는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식상한 나무 도감' 정도로 생각했던 것에 거하게 한방 먹이며 '이 나무는 이런 얘기가 있고, 저 나무는 이런 얘기가 있어. 어떤게 마음에 들어? 둘다 아니라고 그럼 이건 어때?'라며 잽을 때리다가 갑작스럽게 훅으로 들어오는데 정신을 못차리 겠더라는 후문.


 '북한의 천연 기념물과 역사와 연관지어 볼 수 있는 나무'가 1단계라면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뽕나무와 화툿장의 이팝나무'는 2단계, 개인 취향이 물씬 묻어나는 '고목나무와 느티나무' 이야기는 3단계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으리라. 마지막 장을 덮기 전까지 시원하게 '나무에 대한 무한 애정'을 과시하는 작가가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물론, 기억하고 싶은 정보는 따로 적어놓아 기억해 둬야겠지.. 어떻게 다 기억해!



슢은 돌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으면서 인간에게 혜택만 준다는 인식은 잘못됐다. 인간과 서로 주고 받으면서 공존해야 하는 필수불가결의 숲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p262



<못다한 책 속 한마디와 정보>


인생도처유청산 : 발길 닿는 곳마다 살만한 청산이 있다. -소동파- 


오래되거나 죽어가는 나무가 보이는 구멍에 인공수지(우레탄)을 넣는 소위 '외과 수리'는 멍청한 짓. 나무가 죽어가는데 최소 3~4년이고 길면 20년을 넘어가니 휘어지는 가지만 잘 관리한다면 아름답게 나무를 보내줄 수 있을 것이다. 죽어가는 나무를 강제로 살리려고 하지마라. 나무도 본디 생명이니 끝이 있기 마련이다.


'흙 덮기'는 나무에게 독이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나무 뿌리도 숨을 쉬어야 된다. 실제로 영양분은 저 뿌리 깊숙한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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