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네마의 신
하라다 마하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키네마의신]


[당신을 향해 내미는 투박하지만 따스한 손]


[2015. 11. 19 ~ 2015. 11. 23 완독]


[예담 출판사 서평단 활동]






볼때마다 생각한다.

영화는 여행이라고.

p5


영화라는 것에는 가본적 없는 세계가 잔뜩 들어 있다.

체험한적없는 수많은 인생이 있다.

p66


 책을 내려놓은 뒤에 몰려드는 이 주체할 수 없는 훈훈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으려나?

잘나가는 대기업에서 흔히 말하는 사내 정치. 즉, 파워 게임에서 밀려나 회사를 그만둔 딸이 한평생을 경마와 영화에 열과 성을 다한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비어있는 경비원의 일을 대신하며 책은 시작한다.

 햇볕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좁은 경비실에 삐걱거리는 의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색바랜 책상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서류철과 각종 도구들 옆에 위치한 오래된 텔레비전과 DVD 플레이어. 자욱하게 자리잡고 있는 묵은 먼지 사이로 깨끗하고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영화 DVD가 주인공을 반긴다.


 제목을 들으면 즉시 시작. 테마송이 흐르고, 배우들이 살아서 돌아 다닌다. 결정적인 대사가 고막 안쪽에서 되살아나고, 가슴을 꽉 채우는 라스트 신,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 채 하염없이 바라보는 엔딩 크레디트까지 훤하다.

p19


 그저 오랜 시간을 취미로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석에 놓여있는 관리 일지에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영화 감상은 '제법 아는데?' 에서 '어? 엄청난 영화 덕후! 마니아인데!'라는 생각으로 곧 바뀐다. 주머니에 돈만 있으면 경마장으로 달려가거나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달려갔던 무심한 아버지에게 이런 면이 있다니... 신기하다.



"과거는 과거. 앞으로의 일은 이제부터 생각하면 돼"

p58


 '키네마((kinematograph)에서 앞글자)의 신'이라는 제목으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영화'로 시작해서 '영화'로 끝나는 소설. 재미 있는 점은 책의 절정부에 도달 할 수록 진짜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영화같은 사건'과 '영화같은 연출',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극적임'을 느낄 수 있다.


 별다른 '교집합'을 찾을 수 없었던 가족에서 딸의 퇴사와 아버지의 입원이 우연히 겹치게 되어, 딸이 아버지의 경비실에서 찾아낸 영화 감상 일지로 '영화'라는 교집합이 생기는 부분이 자연스럽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영화 속 세상과 같이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건의 연속은 (스포일러는 자제) 책의 초반에 '경비일과 영화를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는 성장기?'라는 예상을 무참하게 깨버리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특히, 책의 중반부터 등장하는 '고짱과 로즈버드'의 존재는 '흥미'라는 단어 외에 다른 단어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을 준다. 어느 사람이나 가지고 있는 저 깊고 깊어 어두컴컴한 감정의 기저와 높디 높은 밝음의 감정의 대결을 상상하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딸과 아버지가 채우지 못했던 지난날의 감정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넘어진 사람이 다시 한번 일어설 투박한 손을 내미는 느낌이려나? 그런 책. 잘봤다.


 



자, 보고 있나? 로즈버드.

내가,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지금 시작한다네.

p327


<다루지 못한 책 속 한마디>


하긴, 분명히 소년이란 어느 세상에서든 복잡한 기계를 좋아하는 생물인 것이다.

p81



+ 이 리뷰는 <예담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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