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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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vol.2]
 

[순수로 향하는 길]


[2015. 7. 27 ~ 2015. 8. 4 완독]


[민음사 서평단 활동]



 



우리가 되고 싶은 대로 될 수 없다면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이야?

(중략)

네 문제는, 베르너, 넌 아직도 너만의 인생이 있다고 믿는 거야.


 히틀러 소년단이 된 후 베르너가 유일하게 마음을 줄 수 있는 친구 프레데리크. 그는 모두가 하는 '포로 괴롭히기'를 자신의 신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싫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 그 친구는 자신의 소신때문에 폭행을 당하고 상처를 입고 는 자신의 고향으로 쫓겨난다. 이윽고 베르너는 나라의 부름에 소년에서 강제로 사내가 되어 전장으로 나선다.


 오로지 고초와 훈련과 반짝이는 부츠 가죽에 영원히 취해 있는 것으로, 광대하고 필연적인 번민의 해일을 피하는게 아닌가 싶다.

 자신은 안전하다는 아빠의 편지가 마리로르를 쓰다듬지만 그것으로는 아빠의 부재가 남긴 깊은 그림자를 드리워 낼 수는 없다. 아빠가 남겨준 파리 모형을 기억하고 파리를 탐험하고 주위를 도우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소녀.



 마리는 곧 열네 살이 돼, 마네크, 그리 어리지 않은 나이야, 전쟁통에는 그래. 열네살짜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열네살이 어린 나이가 되는거야. 내가 바라는 건...


 적군이 몰래 송출하는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수색대로 차출된 베르너는 포격을 맞고 어느 건물 지하게 갇히게 된다. 보석을 쫓는 룸펠은 마리로르의 집으로 쳐들어가고... 이를 미리 감지하고 비밀 공간에 숨어들어간 마미로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책 <해저2만리>를 라디오로 읽어주기로 결심한다.


 구조 요청을 위해 고장난 라디오를 이리저리 고쳐보던 베르너는 청아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소녀의 목소리가 삶의 마지막 남은 희망처럼 들린다. 라디오로 책을 읽어주던 마리로르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어 책을 읽어주며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말하며 구조를 요청하는데...



내가 네게 읽어주는 것보다, 네가 내게 읽어 주는게 어떻겠니? ... 손가락을 더듬어 문장을 찾아낸다. 마이크를 입술에 가져다 댄다.

 네 인생은 늘 기다림 뿐이었어. 그런데 지금 기회가 온거야. 그래, 준비됐니?


 오직 베르너와 마리로르가 만나는 순간. 그 순간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달려왔다. 보석을 찾아 마리로르를 찾아 (그녀는 몰랐겠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룸펠의 마수를 벗어나 아름다운 사랑으로 꽃피울 것인가? 아니면 극한의 상황을 무사히 벗어나고 평생을 서로의 마음의 벗이 되려나? 


 '해피 엔딩'으로 훈훈하게 끝날 것만 같은 둘의 만남과 그 이후의 여정은 안타깝게도 나의 바람일 뿐이다. 모두가 그렇듯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한 베르너는 '히틀러의 독일군'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굴레 속에서 삶을 살다가 마리로르로 인해 잠시간의 빛을 보게되지만 굴레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베르너.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소년이 가진 '순수'를 잃어버리고 냉혹한 세계로 내몰리게 되는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고뇌하는 그를 통해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한 인간의 아름다운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한 인간을 냉혹한 세상으로 내몰리게 하는 매몰찬 현실'을 보여준다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자그마한 것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에 혹해서 그런거야. 값어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하니까. 오직 강한 사람만이 그런 것에 끌리는 감정으로부터 등을 돌릴 수 있어.


 물론, 말은 쉽게 내뱉을 수 있다. '악을 멀리하고 선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의지가 인간에게는 있다고..'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나와 당신은 알고 있다. '유혹을 이긴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유혹을 당해보지 않은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는 지금.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있는 인물들이 겪는 수많은 경험과생각들. 


 인류가 쌓아온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에 관한 경각심과 극한 상황에서도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가족애와 한편의 영화와 같이 "라디오"라는 물건으로 이어지는 마리로르와 베르너의 관계. 그리고 불꽃이라 이름 붙여진 영롱한 푸른 보석과 이를 쫓는 룸펠의 존재. 이 모든 것들이 과거와 현재를 뛰어다니며 독자들을 책 속으로 인도한다. 어딘가에서 포성이 들리고 건물이 무너져 폐허가 된 도시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 꼭 한번 만나보기 바란다.




 매시간, 전쟁을 과거의 기억으로 간직할 뿐인 누군가가 세상 밖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다.

<못다한 책 속 한마디>


그녀가 얼굴을 들어 하늘을 향하자 빗방울이 1000개의 미세한 바늘이 되어 양쪽 뺨에, 이마에 와 닿는 것이 느껴진다.


프레데리크의 몽상가적 기질, 그의 남다름이 향기처럼 그에게 감돌아서, 누구나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미국 사람이 썼고 스코틀랜드에서 인쇄됐기 때문에 저 위 바구니 뒤에 숨겨야 한다고 하셔. 그냥 새들인데 말이야. 


죽기전에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껴 보고 싶지 않으세요?


쥐구멍을 나와 탁트린 목초지 풀밭 사이로 걸어들어가면서, 머리 위로 어떤 그림자가 다가와 어른거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때의 감정.


저 사람들, 시체 위에 앉아 있는 겁니까?


그럼 가렴, 마미로르. 바람처럼 가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굴었던 건 베르너였고...


기억이 재주를 넘어 그녀 머리 밖으로 빠져나와 바닥을 굴러 다닌다. 


여기에 죽은 독일인을 기리는 석판은 없다.

+  이 리뷰는 민음사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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