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블론드 데드
안드레아스 프란츠 지음, 서지희 옮김 / 예문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아버지의 설교가 끝난 후에 악마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었어요. 아버지는, 얘야, 네가 상상하는 모습은 분명 아닐 거야, 라고 대답하셨죠.”

 

악마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유작 신데렐라 카니발을 먼저 접하지 못해서, 시리즈 첫 권인 영 블론드 데드를 온전하게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금발여성을 노리는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 지금에야 외형적으로 특별날 것이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데뷔작이라는 점과, 출간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단순 줄거리 요약 이상의 것을 가진 책이었다는 총평이네요.

 

집요하게 등장인물들을 펜으로 난도질하는 세밀한 묘사와 시종일관 흥미를 유지하게 하는 구성력까지.

재밌는 소설의 모범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도 대단한 평가를 받는 작가더군요.

그러니 시리즈가 롱런하겠지요.

 

더하여 영 블론드 데드의 최대 장점은 인물들을 향한 공감이 아닐까 합니다.

골치 아픈 트릭도 없고, 강렬한 속도감도 없습니다만, 그것들을 상쇄할만한 두터운 묘사가 등장인물들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습니다.

어쩜 그리 멀쩡하고 완벽한 인물 하나 안 나오는지, 개개인이 떠안고 있는 병적인 고통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다면 일순간에 현생의 지옥도가 그려질 듯합니다.

 

직관과 능력은 갖췄으되 초인적이거나 특출 나게 묘사되지 않는 주인공덕에 성격 급한 분은 약간 답답할 법도 합니다만, 결말부에 다다라 번뜩이는 날카로움을 보여준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사건 해결 자체보다 주변부 상황에 더 눈이 쏠려서일까요.

해서 거의 후반부까지 도달했음에도 조바심이 나기보다 일정한 기대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반부터 많은 비중을 할애한 인물들이 후반부에 거품처럼 꺼져 버리는 것은 단점 아닌 단점이라는 소감이네요.

왠지 한가락 할 것 같은 냄새를 풍겨서 거기에 부흥하고자 정을 줬더니 돌아오는 것은 배신감.

원했던 진행에서 어긋나서 괜히 부리는 투정에 가깝습니다만, 아쉽긴 무척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 살인자의 마음속에는 얼마나 대단한 증오가 자리 잡고 있는 걸까?”

사랑은 또 뭐고 증오는 또 뭔가? 사랑의 끝은 어디고, 증오의 시작은 어디지?”

 

잔인하고 집요한 묘사에도 담백하게 넘어가던 페이지와, 생각할 거리를 한 아름 안겨주는 구성은 앞으로 출간될 율리아 뒤랑 시리즈를 기다리게 합니다.

매력적인 주인공이 어떻게 늙어갈지, 어떤 사건을 만날지 호기심이 동하네요. 반응이 계속 좋아서 시리즈 출간에 지장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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