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탁승관 지음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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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탁승관의 세 번째 시집 <산책길>.

벌써 표지부터 푸른 빛과 싱싱한 나뭇잎들이 보인다.

 

 

나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자라왔다.

그러다보면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어디가 가장 좋냐는 것인데 어렸을 때는 숲과 바다 중에서 항상 바다를 선택했었다. 뭔가 드넓은 바다를 보면 속이 확 트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는 숲을 더 많이 찾아가게 됐다.

한 번은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어른이 될 수록 복잡한 일에 많이 부딪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보니 머릿 속에 잡음이 많을 때는 도시보다 소음이 적은 곳에서 안정감을 느꼈다. 새들과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바람이 부는 한적한 숲의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인 것 같다.

 

 

시집에는 인생과 자연에 대한 시인의 감정을 담은 총 102편의 시가 담겨있다.

시 옆에 언제 그 시를 집필했는 지 날짜가 적혀있는 세심한 부분이 좋았다. 

그 날 느꼈던 감정이 이러했던 것일까 유추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직접 찍은 자연 풍경 사진들이 많이 담겨있는데내 눈에도 익숙한 곳을 보면 그립고 낯선 곳을 보면 또 설레기도 하는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시골 어디에선가 

 

맑은 공기 마시며 글쓰고

 

책이나 읽으며 건강하게 살아가라는~

 

 

늘~

 

내가 바라던

 

그리워하던 내 모습인데

 

그 말씀에 왜 그리도 나의 마음이 아플까?"

​ 

 

 

오솔길 사이로 내리는

 

따뜻한 햇살을 따라 걸어가면

 

숲속에 아름다운 낙엽이 감싸안는다

 

 

산허리를 감아 들어오는

 

가을내음을 가득 담은 바람으로

 

낙엽 내리는 산중에는 고요가 흐른다

 

 

그곳에 가고 싶다

 

지금가면 그때 그 모습처럼

 

보고느낀 그 감정을 찾을 수 있을까?

 

 

옛날 어릴 적에

 

아빠 손을 잡고 갔던 곳

 

지금은 누구의 손을 잡고 가볼까

 

 

지금도 그 물소리

 

산그림자가 돌다리 건너가고

 

툇마루에 밤하늘 별빛들이 내리는 곳

 

 

예전에 

 

아름다운 기억들이

 

하얀 공간 속에 매달려 펄럭인다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볼수록 가슴이 아파서

 

 

 

내 눈속의

 

기억들의 모습들이

 

서로가 더 보여지려 아우성친다

 

 

내가 그들을

 

보고파하는 것처럼

 

그들도 나의 기억들을 그리워할까

 

 

따뜻하게 내리는 햇살에


그늘로 어두워진 마음들을


빨래줄에 걸어놓으면 깨끗해지리라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결에 춤추는 마음들이


맑고 하이얀 빨래같이 되고 싶어라

 

 

 

시집 속에서 나의 마음 속에 쏙 들어오는 구절들을 발견하는 게 좋다. 

어떤 건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 살아온 세월도 살아온 환경도 다를 텐데 느끼는 감정은 이리도 비슷할까 싶은 적도 있다.

 

 

무엇보다 요즘은 도시를 떠나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은데 정말 시인의 말대로 숲의 향이 가득 담긴 내 집 창가 벤치에 앉아 있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은 정말 자연일까 아니면 근심없는 환경 속일까 그것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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