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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7년 9월
평점 :
책이 마냥 좋았던 시기가 있었다. 특히 읽는 속도가 책을 사고, 수집하는 속도를 절대 따라잡지 못함에도 많은 책들을 서재에 쌓아두고 탐독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가 되어서 대학의 졸업반이 되고 기존의 전공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면서 느릿하게마나 읽던 전공서적도, 훌쩍 읽어내려가고서 깊은 마음의 울림을 주던 소설들도 '장래'의 일 앞에서 바짝 마른 입술을 시원하게 달래주진 못했다.
솔직히 현재의 전공을 하면서 내가 집중했던 분야는 '개신교인과 일의 의미, 그 가치'였다. 이것이 내가 개신교 신학을 공부하는 동력이자 즐거움의 원천으로 한동안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일'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절로 흥분이 되었다. 누군가는 일이 삶의 굴레 속에서 끝없이 주어지는 과제 정도로 치부할 수있지만, 일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가치 판단이 선행된다면 일은 필수적인 요소이자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친구'로 자리잡을 수 있다.
저자 '강상중' 선생님은 재일 한국인으로서 격동의 세월을 살아왔다. 오늘날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 하는데, 재일 한국인 신분이던 저자가 대학원을 다니며 일자리를 찾던 그 당시의 상황도 오늘의 우리처럼 막막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이런 역경의 시간이 지금의 저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오늘의 책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은 연단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정금이라 표현하고 싶다.
매력적인 목차들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자전적 에세이로 마칠 수 있는 책을 현대의 '비지니스 퍼슨'들이 주목할만한 독서 인도서, 멘토링 도서로 진일보하는 필체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특별히 다채로운 이야기를 존중하는, 그만큼이나 깐깐한 일본 출판계에서 큰 호응을 불러오며 일에 대한 재인식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사점을 건내는 강상중 선생님의 서적이 한국에 번역되어 만나볼 수 있음에 더할나위 없이 큰 기쁨을 표현하고 싶다.
끝으로 저자의 한 마디인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나다움'의 표현입니다."에 대한 나만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직장을 구하고 흔히들 '일다운 일을 한다'고 표현하는 시기에 '사회인'이라는 꼬리표를 각 사람에게 달아준다. 이러한 때에 제목대로 '나를 지킨다'는 것은 일에 매이지 않고, 사람에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든 여정을 포괄한다고 본다. 그렇기에 '나다움'은 치열한 일상에 굴종하는 것이 아닌 '나 자체'로 일상을 꾸며가는 위대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