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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 빛으로 그려진 영원의 시퀀스, 사랑으로 읽는 50개의 명화
원형준 지음 / 날리지 / 2025년 2월
평점 :
#사랑과시간의알레고리 #비욘드날리지 #25년서평 #도서제공📚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라 쓰고, 예술에 진심인 저자와 책에 진심인 출판사를 통한 "문예부흥운동"이라 읽어본다.
본서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는 국내와 미국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원형준' 교수님의 2025년 신간이다. 저자는 문화센터 명화감상 강의 수준의 난이도로 저술하였음을 밝혔고, 이는 저자 스스로 느꼈던 미술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에 귀인한다.
본서가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이들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는 책의 구성을 초월한다. 안으로는 대중성을 위해 비교적 근세를 포함한 근현대에 완성된 작품부터 소개하는 친절함을 갖췄다면, 밖으로는 출판사의 애정이 담긴 3겹의 표지가 (예비)독자들을 반긴다.
출판업계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는 실험적인 시도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허나 디자인적 요소로 보나, 452페이지(전공서적과 비교사진 참고)에 걸친 전면 컬러 반양장본의 자태로 보나 정가 22,000원으로 측정된 본서는 "예술은 마음을 흔들고, 숭고한 감상에 빠지게 한다."는 본연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더군다나 이번 서평을 준비하며 접한 출간의 뒷이야기(초도 물량을 완판하여도 손익분기점을 못 넘긴다)도 본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숙고의 과정을 거쳤을지, 또 본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본서의 수많은 작품들 중 [최후의 만찬]에서 사진을 찍은 것은 사순절을 기억해서도 있으나, 다 빈치 이전에도 그려졌던 최후의 만찬이지만, 다 빈치의 회화를 통해 분명히 전달되는, 즉 "다 빈치는 인간의 영혼을 포착하는 것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p.345)는 구절처럼 작품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이나 비그리스도인에게나 긴밀감을 주는 12사도의 모습을 체험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끝으로 각 작품마다 담아내고 있는 사랑에 대한 해석이 다양한 것도 독자들에게는 즐거운 상상을 자극할 것이다. 본서와 제목을 공유하는 아뇰로 브론치노의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는 우리의 볼과 귀를 붉게 만드는 에로스의 사랑을 접하게 한다. 반면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는 죄악된 인류의 삶에서 대변혁을 일으키는 신의 계획과 여인의 순종을 사랑이란 결합으로 선보인다.
극단적 이념대립과 대내외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이 사랑에게나 예술에게나 모두 가혹한 현실을 내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본서를 탐닉하는 시간만큼은 (저자가 그토록 전하고자 했던) 작품의 감동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것은 우리에게 소개된 명화들이 주는 감동이기도 하지만, 예술을 통해 기쁨을 나누고자 했던 저자와 출판사의 애정과 고군분투를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