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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상처 회복하기 - 상처 주는 가족 경험의 순환고리 끊기
로버트 맥기 외 지음, 권은혜 외 옮김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 2019년 3월
평점 :
2019년 3월의 마지막 날 출판된 [가족 상처 회복하기] (로버트 맥기, 팻 스프링글 외 저, 권은혜, 선정현 외 역, CLC, 2019)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이 상처를 가슴에 파묻고만 사는 시대에 올바른 가족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상처 회복”이라는 처방전을 내려주는 가정 주치의다. 처방전에 따른 치료 과정 또한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은 열 두 단원의 대단원과 각 단원 당 5일간의 내용으로 구성 해두었다. 그 덕분에 평일 5일을 할애한다면 약 3개월 동안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가족 상처 회복을 위한 작전 계획”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상처는 순간적이든 지속적이든 우리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낸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처는 사람을 계속해서 그 기억과 상태에 머물러 성숙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제한을 준다. 나이는 들어가고, 우리의 육체적 성장은 진행되고 있음에도, 우리의 정신적 상태는 여전히 상처를 받은 그 때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개인과 우리에게는 큰 아픔이자, 공동체와 이 사회에서는 커다란 손실이다.
매일 30분내지 1시간의 공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서문처럼, 이 책의 서평을 작성하기 위해서 나는 지난 10여일의 기간을 (학업 및 사역과 함께) 이 책의 지시를 충실히, 또는 끈질기게 따라가고자 애썼다. 사실 이 책의 지도를 받으며 느낀 점은 몰아서 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감이었다. 이 말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밀렸으면 어떻게든 그 시간을 채워서 비워진 자리를 매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부담감이 이 책을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기에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두고 진행하고자 노력하였다. 반가운 점은, 이 책의 저자 또한 이러한 과정의 “목적은 삶의 변화이지 빨리 읽는 것이 아님을 기억”(p.12)하라 권면하고 있다.
매일 해당하는 페이지들을 넘기며 흥미로웠던 점은 페이지의 빈칸을 채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각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에 ‘원인’ 및 ‘결과’로 코멘트를 달거나, 해당 단어에 동그라미를 그려넣는 등 능동적인 참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해당 부분만 밑줄을 긋고, 계속 되뇌이며 암기만 주구장창 하는 것이 아니었다. 책은 계속해서 내가 자신들의 방식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물어주며 차근히 이 과정을 이어갈 수 있는 용기와 관심을 주었다. 무엇보다 넓은 페이지 덕에 본문 옆 빈 공간에 나의 생각이나 본문에 대한 정리, 기도 등을 메모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장점이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전에 상한 감정이 떠올라 적어두고, 또한 상처를 줬던 그 사건을 세세히 적는 모든 활동이 그 자체로 이미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좋은 조건이자 과정이었다.
이 책의 뒷 표지에는 이런 문단이 자리하고 있다. [드라마 “SKY 캐슬” 속 자녀들의 아픔과 고통이 나의 아들, 딸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으로 그들을 치료해주세요.] 가족이란 이름이 무한 경쟁 사회의 동력만을 제공하는 집단으로 전락한 이 세대의 슬픔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우리의 가족을 사랑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가족 안에서의 상처는 우리에게 아픔을 주었고,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다. 우리와 함께 아파하신 하나님을 기억하기에 우리는 오늘 이 책의 세세한 손길 속에서 하나님을 떠올린다. 모든 가족들의 상처를 회복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 속에서 함께 아파하시고, 용기를 주시는 주님을 기억하며 함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