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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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나서 읽는데 생각보다 몰입하기 힘든 소설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퍼레이드', '동경만경', '랜드마크', '7월 24일의 거리', '일요일들' 그리고 오늘 '악인' 을 읽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 중 초반에 가장 몰입하기 힘들었던 작품이 이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한 두페이지 읽다가 몰입하지 못해서 덮어버리곤 했는데, 오늘은 작정(?)을 하고 밤 10부터 시작해서 새벽 1시에 끝을 냈다. 사 실 초반 부분을 벗어나니 시간가는 것을 모를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이 몰입이라는 것이 '요시다 슈이치'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뭔가 주변 상황에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작품 속에서의 상황들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 그래서 내가 '요시다 슈이치' 의 작품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을 소개할 때 "감히 나의 대표작이라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던 '요시다 슈이치'가 사실 조금 껄끄럽게 느껴졌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저렇게 자신만만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아사히신문 인기 연재, 2007년 일본 최대 화제작" 이라는 타이틀도 분명 과장 되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과장'은 절대 아니다!" 내가 읽은 소설들은 세상에 있는 소설의 개미 다리만도 못할 만큼의 양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작가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요시다 슈이치' 는 내가 아는 작가 중 천재 라고" 사람의 심리 묘사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절묘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내가 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에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울기 까지 했으니, 나는 요란을 다 떨 면서 책을 덮었던 것이다.

책의 제목을 보면 와 닿듯이, '선과 악'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사건의 결말을 처음에 말해주고 난 뒤에 그 사건의 과정을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 풀어 나간다. 475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소설이다. 475페이지 안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나와서 한 가지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기 때문에 처음에 결말이 나와도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었던 것이다. '살인' 이라는 사건으로 모든 인물들이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에 독자들에게 물음표 없는 물음을 던진다. 어떤 것이 선이고 어떤 것이 악인지.

사실 선과 악에 대한 정의는 없다. 그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하기 때 문에 정확히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법' 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선과 악을 나누고 있지만, 사실 여러 각도에서보면 어느 것이 진짜 악이고 어느 것이 진짜 선인지 구분 할 수 없게된다. 아마도 요시다 슈이치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선이라고 생각하는 쪽도, 악이라고 생각하는 쪽도 다를 것이다. 작가가 의도한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요시다 슈이치' 라는 작가가 우리에게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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