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키리히토 찬가 1
데즈카 오사무 지음, 서현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키리히토 찬가는 별로 알려진 만화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읽어보고 싶었던 '아돌프에게 고한다', '양지녘의 나무' 같은 대하물도 아니고, '블랙잭'이나 '불새'같이 심각한 철학에 대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흔한 메디컬 스릴러 물이라 할 수도 있죠. 관련된 웹을 찾아보니, 이 만화는 1972년에 완간된 것으로 되어 있군요. 지금 우리가 보는 이 표지는 77년도의 강담사판 표지인듯 합니다.(http://ja-f.tezuka.co.jp)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는 만화지만, 지금 보아도 상당히 짜임새있는 만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물고 물리는 그리고 일그러진 인간관계의 묘사는 산만해 보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다채롭고 읽는 사람에게 전율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일본 만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그래 내가 잘못했어.'라던가 '네놈이 모든 악의 원흉이다!'라는 감정과다의 장면이 없이, 냉정하게 결론을 내리는 엔딩은 어지간한 스릴러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엔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의 근간이 되는 몬모우 병이란건 존재하지 않고, 또 그 병의 원인이라는 것도 그리 사실적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또, 주인공 키리히토가 세계를 떠돌게 되는 것도, 우라베의 근원과 정체성 같은 부분은 좀 현실감이 없고 붕 뜬 느낌이 듭니다만, 총 4권의 중편을 조금 넘는 분량에서 이런것까지 세세하게 하기도 어렵고, 또 지나치게 사실성의 집착한다는 것은 만화의 미덕이 아니라 할 수 있죠.
이 높은 밀도도 최근의 극화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너무 정신없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라는 점을 생각한다면(초기 '아톰'을 보면 더 고밀도를 자랑하죠) 이정도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요.
아, 그리고 이 만화는 명백한 성인물입니다. 그 묘사는 단촐한 수준이고, 요즘 만화처럼 공들여서 비주얼적인 만족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억지로 남발된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고(좀 오바끼가 있긴 하지만), 극중 장치로서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묘사 이전에, 인물관계부터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츠카 오사무 = 철완 아톰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만화는 매우 충격적일겁니다. 데츠카 오사무라는 사람을 알고 있다면,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만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