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더슨 비행장 - 태평양전쟁의 갈림길 태평양 전쟁 시리즈 1
권주혁 지음 / 지식산업사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전사를 제시하고, 그 현장을 방문한 이야기를 이어서 제시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런 진행은 흥미로울 수 있지만, 역으로 글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멋대로 튀어다녀서 도데체 통제가 안되는 난잡한 글로 변이할 가망이 높다. 이 책은 흥미유발에는 조금 성공했지만, 너무 두서없는 진행이 되어버린 경향이 있다.

이책의 취급범위는 진주만과 필리핀, 미드웨이와 웨이크, 그리고 과달카날로 이어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태평양(정확히는 중부 태평양이겠지만)의 일-미간 전투를 다루고 있다. 초반에 필리핀과 엮어서 인도차이나 전역도 잠시 다루지만, 어디까지나 포커스는 남태평양의 전투를 취급하고 있다. 일견 중국과 만주 전역, 그리고 인도차이나 전역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나 과달카날 이후를 제외한 점은 단점이지만, 1권으로 나와버린 책의 볼륨상 너무 많은 것을 바래서는 안될 것이다.

저자의 시각은 역사적 분석 보다는 지나치게 감상위주라 할 수 있다. 중간중간 파시즘 체제와 민주적 체제의 우월성을 이야기하지만, 전적으로 '하느님'이 고른 나라가 이겼다는 식의 시각은 역사적 분석에는 전혀 맞지 않는 부분이다. 개인의 감상일 수는 있지만, 좀 더 엄밀한 인문학 교양서적으로서 이런 감상은 마이너스 요소라 할 수 있다.

태평양전쟁은 인류사의 비극이다. 일본, 미국, 중국, 인도차이나 각국, 영연방 및 한국이 개입되었고, 그리고 수백만 또는 수천만이 희생된 전쟁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전쟁을 지나치게 국가주의적 차원에서 보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어떤 민족적, 또는 국가적 증오를 가지고 글을 서술하지는 않은가, 그리고 우리에게 이 전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좀 더 고민해 주었다면, 그리고 이를 좀 더 냉정하게 보았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인이 강압 또는 기만에 의해 수십만, 아니 수백만이 끌려나간 전쟁에 대해, 우리는 그저 파묻어 두려고만 했다. 20년이 다되어가는 허접한 일본의 대동아전쟁사를 번역하던게 우리가 이 전쟁을 이해하려한 노력의 전부였다고 해도 심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점에서, 이 책은 스스로 가진 많은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시각에서 접근한 전사서라는 점에서 가치를 가진다. 그리고, 이 뒤를 이어서 좀 더 냉철하고 포괄적인 책이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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