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 페터 볼레벤이 전하는, 나무의 언어로 자연을 이해하는 법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명상을 오랫동안 하셨던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와 그분은 자작나무가 가득한 숲속에 앉아있었는데 햇살이 우리를 가득 비추고 있었다. 그때 그분이 말씀하셨다. "우리도 나무 처럼 살면 참 좋을거야." 무슨 뜻일까 곰곰히 나무들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뿌리내린 자리에서 불평없이 묵묵히 자라는 점을 말씀하시는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다시 말을 이어가셨다. "언제나 항상 모든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감사를 보내고 있잖아. 우리도 그렇게 매순간 하늘을 향해 우주를 향해 감사할 수 있으면 참 좋을거야." 그리고 다시 내눈 앞의 나무들을 봤다. 정말 모두다 한결같이 하늘을 향해 나뭇가지들을 펼치고 감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분과의 대화 이후 나는 나무들만 보면 나도 하늘을 향해 감사를 보낸다. 가끔은 두팔을 활짝 벌리고.
그렇게 나무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이 책이 나에게 왔다. 나무 다시보기를 권한단다. 나무에게서는 배울 점이 참 많을 것이라 생각하며 책을 넘겨 읽었다. 내가 몰랐던 흥미로운 이야기, 나무도 동물 또는 우리와 비슷한 점들 등 이 책에는 흥미로운 정보가 가득했다. 그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책의 들어가며에 있던 이야기였다.
" '사바나'지역의 아카시아를 좋아하는 동물들은 낮시간 마다 아주 독특한 행복을 보인다. 처음 몇 분 동안은 한 나무의 잎만 뜯어 먹다가 몇분이 지나면 50~100미터 떨어진 나무들로 이동한다. 이들은 왜 항상 이런 이동을 했을까? 생각해봤다. 이 동물들이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먹으면 안되니까 거리를 두며 먹는걸까? 그치만 이건 나무에 관한 책인데... 그 답은 다음과 같았다. 초식동물들이 나뭇잎을 뜯어 먹다 보면 아카시아 잎에서 쓴맛 나는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식동물들이 한 나무를 먹기 시작하면 그 주변 나무들에게서도 쓴맛이 나는 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 거리가 보통 50~100미터 이고 초식동물들은 주린 배를 채우려면 어느정도 이동해야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그렇게 이동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웃 아카시아들은 어떻게 자신들이 뜯어 먹힐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지한걸까? 그 답은 에틸렌 가스에 있다고 한다. 초식동물이 아카시아 잎을 뜯어먹기 시작한 순간 에틸렌 가스가 방출되어 주변의 아카시아 나무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
이 것을 읽고 나는 바로 이 책에 흠뻑 빠져들었다. 세상에나!! 이렇게 똑똑한 나무들이라니. 식물 대부분은 화학물질을 이용한 소통체계를 갖추고 있는 듯 하다. 지금까지 동물보다는 식물에게는 많은 관심을 주지도 않았고 모르는 것 투성이었는데 앞으로는 그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된 나무의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내겐 꽤나 충격이었다. 식물이 자손을 위해 하는 일은 씨앗을 만드는 일 밖에 없을 것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식물도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린 나무들은 싹을 틔우기 시작한 순간부터 '부모나무' 때문에 성장에 제약을 받는다. 어린 나무가 성장하려면 햇빛이 필요하다. 그런데 부모나무의 거대한 수관에서 토양까지 흡수되고 남은 햇빛은 기껏해야 3퍼센트다. 이는 어린나무들이 생명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하고 죽기에는 넘치는 양이다. 이때 어미나무들이 나서서 어린 나무들이 최악의 상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미나무는 섬세한 연결망인 뿌리를 통해 어린나무들에게 당액을 공급한다."
나무에게도 모성애가 있었다니 !! 정말 이 책은 나에게 충격 또 충격을 끊임없이 안겨주었다. 동물에게만 있는 모성애인줄 알았다. 그치만 나무들도 이렇게 자기 자식들을 돌보고 사랑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나무들과 그렇지 않은 나무들도 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무들이 부모의 곁에서 자라는가 아니면 멀리 퍼져서 자라는가의 차이일뿐 부모의 곁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부모의 케어를 지속적으로 받는 듯 하다. 앞으로는 나무를 볼 때 이전과는 느낌이 참 많이 다를 것 같다.
모성애에 이어 나무들에게도 사귐이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나무들끼리 너무 바짝 달라붙으면 성장에 방해가 되므로 분리해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에서 분리한다는 것은 나무를 한 그루 이상 베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조언과 달리 자연환경에서는 같은 종의 나무들끼리는 서로 싸우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똘똘 뭉치고 도와준다. 아픈 나무가 있으면 건강한 나무가 섬세한 뿌리 네트워크를 통해 선물로 당을 흘려보내준다. "
나무들의 사귐은 심지어 사람들보다 나아보인다. 내가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너무 비관적인가? 물론 좋은 인간관계도 많지만 막상 내가 힘들때는 등돌리는 관계들이 많지 않은가. 그런데 나무는 자신의 당을 아픈 나무에게 선물로 보내준단다. 이제 나무는 더 이상 나에게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지내는 물체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모성애도 있고 사귐도 있으며 심지어 화학물질로 의사소통도 하는 정말 멋진 생명체였다.
이렇게 동물과 그리고 사람과 비슷한 나무도 역시나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죽음을 맞는다고 한다.
"죽은 거목이 그 자리에서 완전히 물러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죽은 나무는 자신이 떠난 후 서서히 자녀들에게 물려줄 작정으로 평생 땅속 깊은 곳에서 영양분 일부를 위로 끌어 올려 놓는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나무는 자녀들과 주변나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간다. 이를 보며 우리도 그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열심히 돈을 벌어 재산을 물려줄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살기좋은 깨끗한 지구, 그리고 평생에 걸쳐 나눠준 사랑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죽을 때 무엇을 남기고 갈것 인가에 대해서도 늘 생각하며 살아야 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