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 마음이 아파도 아픈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김혜정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난 항상 책을 읽기 전 책의 젤 앞에 존재하는 지은이 소개를 보는 편이다. 이번엔 깜짝 놀랐다. 엄청 예쁘고 젊은 작가님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10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부동산을 하고 있다는 작가님은 이런 책을 쓰기에는 너무 귀하게 좋은 것을 누리며 살았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이 예쁜 얼굴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보다 몇 살 더 많을 아마 비슷한 연배일 작가님의 글을 보며 '맞아. 나도 이랬어. 나도 이렇게 힘들었어.' 하며 참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가끔은 이 글을 내가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래서 내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아마 그렇게 힘들 때의 나를 떠올려서겠지. 하지만 이 작가님은 그 어려움들을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계신다. 물론 나도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상처들을 치유해가며 씩씩하게 지내고 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분들 우리 또래의 모두가 그렇겠지. 나를 포함한 그 모든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지금 참 잘하고 있다고. 너무너무 대견하다고. 그리고 조금은 어깨에 힘을 풀고 즐기며 살아가자고.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에피소드가 있다. 본인을 포함해 4명의 남매를 키우셔야 했던 작가님의 어머니. 지금에서야 그 어머니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지만 그때는 그 고충을 헤아리지 못했던 작가님.

그런 엄마의 고충을 헤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나는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어 했다. 엄마가 나만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그 목마름은 스무 살 어른이 되어서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 목마름은 나를 자기 주체적이기보다 상황에 순응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세심한 사랑의 목마름이 순응을 택한 것이다. 정확한 상관관계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기질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많이 지워낸 듯 하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내 내면의 어린아이를 떠올린다. 남동생이 태어난 후 끊임 없었던 질투,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 그런 마음들이 모여 나는 엄마에게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엄마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뒤로는 학과에서 늘 1등을 해서라도 그 인정을 받고 싶었고 졸업 후 너무 힘들었던 석사를 따고, 또 아픈 와중에도 외국으로 박사과정을 무리해서 나간 것도 다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착한 딸이 되어야 했다.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으니까. 작가처럼 주체적이지 못하고 상황에 순응하는 아이. 그러면 엄마에게도 세상 사람들에게도 인정 받고 사랑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때의 엄마가 그런 나를 사랑해주던 사랑해주지 않던 나는 내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모르긴 해도 그렇게 주체적인 삶을 선택한 나를 엄마가 충분히 사랑해주었을 거란 것을 이젠 안다. 아직도 나는 어떤 결정을 할 때 많은 생각을 한다. '남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다른 사람들 마음에 안들면 어쩌지.' 근데 최근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만 보다간 내가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미움 받으면 어떤가. 그렇다고 내 존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그리고 사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고 미움받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작가는 그런 자신을 조카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위로 받았다.

나에게는 조카 지원이가 있다. 지원이의 기질을 보면 나를 보는 것 같다. 우리는 병따개 줍기 놀이를 했다. 빨강, 노랑, 파랑 색깔별로 병따개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선생님이 색깔을 외치면 2명씩 짝지어서 병따개를 가져오는 게임이다. 조카 지원이는 누나, 형이 게임하는 모습을 쭈그려 앉아서 쳐다본다. 하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며 눈치를 보는 지원이에게 내가 말했다.

"지원이는 다 할 수 있어."

"할 수 없어 이모"

"이모가 도와줄게 할수 있어"

조카손을 꼭 잡고 포옹한다. 귓속말을 건넸다.

"보석 같은 지원이 이모가 도와줄게 가자."

같이 병따개를 주우러 갔다. 조카는 그 일을 해내고 만다. 나도 이런 따스한 손길을 바랐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상처를 조카를 통해 치유를 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싫다고 말하기를 연습한다고 한다. 나도 참 배우고 싶었던 거절법. 상대방을 배려하되 내 감정에 충실하려고 애쓸 것!!

거절은 명확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고 웅얼거리거나 얼버무리면 오히려 상황이 난처해질 수 있다. 상대방은 서운해하고, 거절하려던 나는 그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생각만 든다. 내가 심심찮게 겪은 일이다. 정확한 거절이야말로 나와 상대방의 관계를 지켜주는 방법이다. 거절할 것은 거절하되 베풀것은 베풀면 된다.

거절을 하지 못하고 모든 부탁을 들어주다 보면 결국은 그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어느 날 내가 더이상 할 수 없을 때 상대편은 '그래 힘들었겠다.'가 아니라 '지금까지 잘해왔으면서 이제와서 왜그래'라는 반응을 보일때가 더 많다. 그런 반응에 어쩔 수 없이 또 끌려가다보면 내가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내가 하고 싶은 의사표현은 제대로 하려고 한다. 좋고, 싫고를 확실히 !! 내가 힘들때는 거절도 확실히!! 그렇게 하고는 저사람이 기분나빴을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 생각도 금방 훌훌 털어버리려고 노력한다. 나에게 너그럽지 못하면 남에게도 너그럽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음이 고픈 사람들에게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덕분에 나도 조금 더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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