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조카 지원이가 있다. 지원이의 기질을 보면 나를 보는 것 같다. 우리는 병따개 줍기 놀이를 했다. 빨강, 노랑, 파랑 색깔별로 병따개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선생님이 색깔을 외치면 2명씩 짝지어서 병따개를 가져오는 게임이다. 조카 지원이는 누나, 형이 게임하는 모습을 쭈그려 앉아서 쳐다본다. 하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며 눈치를 보는 지원이에게 내가 말했다.
"지원이는 다 할 수 있어."
"할 수 없어 이모"
"이모가 도와줄게 할수 있어"
조카손을 꼭 잡고 포옹한다. 귓속말을 건넸다.
"보석 같은 지원이 이모가 도와줄게 가자."
같이 병따개를 주우러 갔다. 조카는 그 일을 해내고 만다. 나도 이런 따스한 손길을 바랐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상처를 조카를 통해 치유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