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하여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주경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좋아하던 작가의 모든 소설책을 다 사서 읽은 적이 있다. 그 후로도 한동안은 소설을 선호하는 편이였지만 최근에는 에세이나 계발서들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책은 작가의 '영계 사이클' 시리즈 중 하나란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 '영계 시리즈'란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하는 일련의 연작들에 대해 작가가 붙인 이름이라 한다. 영성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 평소 보이는 세계너머의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심이 많았던 나를 충분히 매료시키는 책 소개였다.

직접 읽어본 책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주인공 펠릭스의 엄마 파투처럼 말이다.

책은 시작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 네 엄마는 죽었어. 넌 그거 눈치 못챘니?"

방바삼촌이 펠릭스에게 건넨 말이다. 멀쩡히 살아있는 엄마를 죽었다니. 하지만 글을 읽어나갈 수록 그의 말이 이해가 된다.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시선이 공허하고, 피부 색깔이 변하고, 타인에게 관심이 없으며, 말을 못하는 죽은 자의 모든 특징을 펠릭스의 엄마 파투는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너무 밝고 지혜롭고 쾌활한 여성이었다. 펠릭스는 엄마를 이렇게 설명한다. '친절한 요정 같은 엄마는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펠릭스의 이러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만큼 그는 멋진 여성이었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는 몸만 존재하는 좀비처럼 그녀의 영혼을 잃게 된다. 그런 엄마를 되돌리기 위해 방바삼촌과 펠릭스는 쿠투부 교수와 우스만을 찾아간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적이나 주술을 통해 엄마가 곧 좋아질거라며 모두 돈을 요구한다. 하지만 엄마는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기만 한다. 이를 보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치료를 받으러 다니다 보면 정말 다양한 치료법을 제안받게 된다. 그 중에는 정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지만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표현이 딱 드러맞게 된다. 나는 지칠대로 지치고 돈은 돈대로 쓰게된다. 그리고 그 중에는 분명히 아픈 환자를 대상으로 터무니 없는 가격을 받으며 심한 돈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다행히 나는 지금까지 꼭 필요한 것들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주변에 보면 돈은 돈대로 쓰시고 건강은 건강대로 나빠지는 분들이 많았다. 제발 환자들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이용해 돈을 버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더 이상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게 없어 좌절하는 펠릭스에게 태어나고 한 번도 본적없는 아버지가 나타난다. 책의 중간중간엔 가끔 재미있는 요소들이 가미되는데 이 것이 그 한 부분인 것 같다. 작가가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펠릭스의 엄마인 파투는 성령 덕분에 펠릭스를 임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웃들은 농담으로 그를 예수라 부르기도 했다. 처음엔 이것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바로 다음장에서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펠릭스의 아버지는 생테스프리. 이것은 '성령'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세상에나. 정말 파투는 성령으로 펠릭스를 임신한 것이었다. 정말 작가의 재치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나타난 아빠와 생테스프리와 펠릭스는 엄마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아프리카 세네갈로 떠난다. 소설이므로 그 이후의 자세한 내용들은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이 책에는 내용을 더 풍부하게 하는 등장인물들이 많다. 그들은 주로 파투가 운영하는 카페 '일하는 중'의 단골 손님들인데 그 중 나는 시몬부인의 사연이 인상깊었다. 그녀는 남자의 몸과 여자의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다. 평생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며 살아가던 그녀에게 책의 말미에 큰 변화가 온다. 나는 그녀의 변화가 참 기뻤다.

엄마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간 세네갈에서 만난 주술사는 펠릭스에게 말한다.

" 보이는 세계 , 그 너머를 보려무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봐야해. 보이는 것 뒤에서, 사물의 본직을 드러나게 해주는 영적인 것을 찾아야 한단 말이지.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들의 근간이 되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힘을 네 안에 키워야 해. 보이지 않는 것들의 근원은 어디나 있고, 또 언제나 있단다. 어디든 네가 있는 그곳에 있단 말이다. 그러니 원하기만 하면 넌 언제나 그걸 포착할 수 있어. 보고자 하는 사람은 결국 보게 돼 있거든."

나는 이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여기에 다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늘 내가 생각하지만 실천이 힘든 보이지 않는 세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눈 앞의 이 물질적인 내몸, 이 세상이 아니라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에너지적인 근원들. 보이지 않는 것들의 근원을 보려고 하다보면 언젠간 이 세계의 진리에 대해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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