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행 티켓을 끊어 떠난 보라보라 섬에서의 일상을 작가는 우리와 공유한다. 그렇게 떠난 작가에게 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은 부러움이 한가득 담긴 말들을 남긴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기도 하다. 시도때도 없이 끊기는 전기에 냉장고의 식재료를 먹어치우기도 해야하고, 모기떼에게 물려 비행기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그렇게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아마 작가가 멋지게 풀어낸 9년이라는 시간의 사소한 일들이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은 심심한 건 꽤 좋은 일이라는 주제에 대한 글들이 있다. 정전이 된 후 인터넷이 꺼지면 그와 그의 남편은 할일을 찾아나선다고 한다. 심심한 건 좋은 일이라 한다.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기게 되니까. 그들은 화분을 옮겨 심기도 하고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기도 한다. 체스도 두고 책도 읽는 그런 삶. 인터넷이 있는 지금은 참 그런 일들이 힘들다고 생각한다. 티비를 보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거나. 그러다보니 자꾸 주변에 시선을 줄 시간이 줄어든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잠깐이라도 우리집 베란다를 내려다 본다. 예쁜 식물들이 잘자라고 있는지, 물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을 책을 읽으려고 하고, 가족의 눈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산책을 나가서는 주변 환경에 조금 더 눈과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작가의 보라보라 섬에서의 9년이라는 시간도 아마 조금 더 그런 시간들이 많았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렇게 휴대폰과 티비 대신 내 주변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어느날 나도 모르게 그로부터 행복과 감사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글이 위로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소소한 이야기들, 하지만 그 곳에는 우리 모두의 삶을 어루만지는 작가의 마음이 있었다.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구절로 리뷰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