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이 되고 싶었고, 착한 친구가 되고 싶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늘 착한 아이, 착한 사람으로 불리우며 살아왔다. 어느 날 아빠가 말했다. "우리 착한 딸" 그래서 나는 말했다. "나 이제 착한 딸 안할거야." 그러니 엄마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래, 이제 착한 안젤라 말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자기 감정 표현하면서 살아."
과연 나는 정말 착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걸까. 남들이 하기 싫은 일 맡아서 하고, 남이 고생하느니 내가 조금 더 하자 해서 하고.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이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내 마음이었다. 나는 속으로는 하기 싫으면서 나에게 그 모든 것을 떠맡기는 사람들을 욕하며 겉으로만 착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33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살아온 내가 갑자기 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홍성남 신부님의 글을 읽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가끔은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리기도 했지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내가 만난 신부님 중에 제일 솔직하시다'였다. 내가 아는 신부님들은 다들 너무 좋으셨지만 뭔가 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다움'이었다. 아마 우리가 그 분들에게 강요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홍성남 신부님의 책에는 그러한 내용도 많이 담겨있다. 신자들이 사제에게 바라는 모습, 또는 잘못된 것을 믿고 그것을 신자들에게 강요하는 성당과 교회의 지도자들의 모습. 아마 신부님의 성격이시기도 하겠지만 이 책에서 홍성남 신부님은 정말 솔직하시고 때론 분노하시고 그리고 때론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신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쫄지마 / 너나 잘해 / 속지마, 불량 종교인 / 기도하고 또 기도하라
1장 쫄지마에서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안으로 들어가 나에 대해 생각해보기 등 나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시기도 하고, 극복 방법을 알려주시기도 하는데 그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 있다.
"내 마음속 우울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매일 햇빛을 쬐면서 걷고, 산을 타고, 주님이 나에게 주신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지금에 감사하라. 그리고 우울한 생각보다 즐거운 감정에 집중하라."
마음이 우울할 때는 집보다는 밖이 좋고 그리고 자연을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나는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그리고 늘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오늘,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 감사하기. 그것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2장 너나잘해에서는 가끔씩 신부님의 신랄한 비판이 이어진다. 이 세상에서 잘못된 인식들, 잘못된 생각들, 그리고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해 그리고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 언급하시는데 그 중 우리가 가장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은 '사람에 대한 존중감,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부님은 돈을 남기기 위해 싸구려 부속품을 쓰듯이 사람을 쓰는 것이 아닌, 함께 살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존중감이 중요하다고 하신다. 그러면 뉴스에서 자주 보도되는 하청 업체 청년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3장 속지마, 불량 종교인에서는 종교 생활을 하면서도 그 안에서 오류나 잘못된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나도 최근에 많이 느꼈던 부분이다. 부모님이 천주교 신자라 태어나자 마자 세례를 받고 그렇게 성당에 다니는 게 나에게는 참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성당에 가면 신부님의 강론이라던지 성당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끝없는 고민 끝에 지금의 나는 성당에서 나만의 믿음을 만들고 성당에 가는 시간들이 너무 기쁘고 행복하지만, 아직 내눈에는 끝없는 죄의식에 묻혀 힘든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홍성남 신부님은 말씀하신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는 곳이 아니라 멘토가 되어야 한다고. 나를 아무조건 없이 좋아해주고, 조언해주는 사람. 성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차변 없이 사랑해주고 받아주는 것. 그것이 종교가 해야할 일이라고.
가끔 종교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않으시면서도 홍성남 신부님은 결국엔 신앙과 기도로 돌아가신다. 아마 하느님이 그분을 그렇게 살리셨기 때문일 것이다. 나역시도 그렇다. 내가 믿는 종교에 대해 의문도 가져 봤고, 불교랑 비교도 해봤고, 하염없이 미워도 해봤고, 하지만 결국에는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왔다. 물론 조금 다른 관점으로.
"어떻게 기도헤야 하나요?" 신부님이 자주 듣는 질문이시란다.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하신다.
'기도는 절친과 수다 떠는 것처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은 연인들처럼 그냥 성모상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또는 주정하듯이 해도 좋습니다. 기도는 간단합니다. 그저 눈을 들어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거나, 성모님과 눈을 맞추기만 하여도 기도가 됩니다. 차 한잔 마실 만큼의 시간을 내어 두 분꼐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말씀드리십시오. 그것이 기도입니다.'
나에게 기도는 항상 힘든 과정이었다. 성당이나 성모님 앞에 앉아 주기도문과 성모송을 외고 묵주기도를 하는 것. 하지만 기도방식을 바꾸자 기도는 나에게 너무 기쁜일이 되었다. 그냥 매순간 감사하기, 지나가다 성모님과 예수님 손 한번 만지기, 어디서든 내안에 계시는 주님을 찾아 성당을 가고 어딘가를 찾아 기도하거나 누구나 하는 그 기도문들을 줄줄 읊을 필요가 없어지니 그냥 삶 자체가 기도가 되었다. 더 많은 종교인들이 그리고 신앙을 가진 분들이 그렇게 기도의 기쁨을 느끼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매 장의 끝에는 신부님이 드리는 기도가 실려있다. 모든 기도가 너무나 좋고 신부님의 정성스런 마음이 담겨있었지만 그 중 나는 4장 기도하고 또 기도하라 마지막에 실린 이 기도문이 제일 좋았다. 그 기도문과 함께 이 책을 마무리 한다.
이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