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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서 보는 내 남편의 아찔한 일기장
김종태 지음 / 인서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남편도 없는,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남의 남편 일기장은 읽어서 무엇하냐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책의 작가인 김종태씨의 첫째따님 정수씨라면...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에세이는 기분이 좋다. 살맛나는 우리의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씁쓸한 이야기라도 좋지 않은 이야기라도 다 좋다. 그저 이야기, 삶을 살아가는 그 사람의 인생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존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책은 시작부터 섹스이야기다. 고개숙인 남자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이렇게 적나라할 수가 없다. 아마도 많은 중년의 남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다. 읽고있는 독자 본인은 아직 젊기 때문에 약간의 두려움만 가지고 넘기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답도 안나오는 뼈아픈 이야기가 되겠다.
이 집 아이들(?), 아니 이제 숙녀가 다 되었다. 이 분들은 공부를 못한다. 사람 약올리는건 그렇게 잘하면서 공부에는 적성이 안 맞은것 같다. 근데 재미있고 좋은 것은 정말 인간적인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사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본인의 가정은 이렇지 못하다. 거의 정 반대라고 해야 맞다. 우리집에서 책을 써야할 사람은 엄마다. 세 남자와 함께 살고 있는 엄마는 그나마 키웠던 동물은 같은 편이었다. 그나마도 이제는 가버리고 없으니 엄마가 힘들고 재미없는 삶의 연속일 것 이다. 형과 나는 거의 이야기도 하지 않고 아빠와도 심각할 정도로 이야기를 안한다. 농담은 고사하고 오늘은 어떻게 살았느니 이런 이야기 듣는게 하늘의 별따기다. 아마도 본인의 내면에 이런것이 결핍되어 있어서 이 책이 더 마음에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냄새난다느니, 살맛나는 세상이라니, 본인은 이런 말이 너무 좋다. 훈훈하고 따듯하다.
그 날마다 하루의 일기를 보는 듯 책의 진행은 빠르게 흘러간다. 그만큼 내용이 별로 없긴하지만 사람 이야기가 그리울때 한번쯤 읽어보면 힘이 날것 같다. 김종태 작가는 솔직함의 매력을 가진것 같다. 너무 솔직한 밤 사업 이야기는 25세미만 독서금지를 매겨도 부족할 것 같다. 다음 책도 더 따듯한 이야기들을 기대해본다. 다른 형식이나 다른 장르로 가셔도 좋을 것 같다. 나쁘지 않은 책인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