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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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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터뷰집으로 제목은 "질문은 조금만", 부제는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다.
자부심과 번민 사이의 갭이 어쩐지 알 것 같은 서글픔이면서도 속단하기보다 우선 들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11명의 인터뷰이는 아는 사람도 있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상관없었던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언어와 이야기도 모두 낯설었기에 새로운 만남의 연속이었다. 되려 아는 사람이라고 편히 읽었다가 민망함을 많이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느낌은 어느 한 부분은 나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이었다는 것. 과 20대부터 80대까지, 그들이 쌓아온 역사만큼의 철학과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 이겠다.

단순히 질의응답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과 철학, 지난한 시간들, 어떤 연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온 진실과 성실. 그 위에 저자가 각 사람에 맞는 분석과 서술, 사유를 보태 완성한 인터뷰집이다. 대상자의 사색에 저자의 해석을 더하고 기호를 곁들이고, 그것들을 조직했다는 말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인간은 자신이 살고 겪은 것 만큼만 알 수 있어서 절대 당사자들의 삶을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공감도 다른 영역의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날 것의 표현을 통해 그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야 그 사람이 보이더라. 새삼 나는 그동안 대상의 이야기를 잘 들었나, 잘 물었나, 그들의 언어와 세계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나 되돌아 보게되었다.

자서전도 아니고 단순히 인터뷰집이라고 부르기에도 여태 읽은 인터뷰들과는 깊이가 달라 형용하기가 어렵다.
저자가 그렇게 찾고 추구하던 "압축된 지혜"가 20대부터 80대까지의 인터뷰이들을 통해 조금씩 보여서, 읽는 내내 놀람과 끄덕임의 연속이었다.
개인적으로 법륜 스님의 이야기가 많은 울림이 있었다.

색다른 인터뷰집이라 다소 낯설었지만 책을 읽는 시간이 무척 가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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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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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에 밤 배를 타고 육지로 넘어오면서 보았던 밤하늘의 은하수를 잊을 수 없다. 다시는 보지 못할 풍경이고,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한반도의 위치와 기후, 장거리 비행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 합쳐져 나는 오로라를 직접 볼 수 없는 사람의 조건이 완성되었다. 매체를 통해서만 오로라를 볼 수 있으니, 우주의 신비를 담은 밤하늘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책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오로라와 은하수는 전혀 다른 차원이지만)

책에는 단 하나도 겹치지 않는 오로라의 다양한 사진이 담겨있다. 퇴근 후에 침대에 엎드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내가 이걸 침대에 엎드려서 보고 있다니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을 할 만큼의 장관이 펼쳐졌고, 사진으로만 봐도 경이로운데 실물을 다 담지 못한 게 이 정도인 것도 신기했다. 힐링은 덤이다.
오로라 폭풍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사실 그 정도의 감격과 황홀감이 와 닿지는 않지만, 쏟아지는 듯한 은하수 아래의 내 모습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것을 보면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책에는 단순히 오로라 사진만 담겨있지만은 않다. 오로라가 어떻게 발생되는지에 대한 과학적 원리부터 색깔마다의 특징, 잘 보이는 시기, 위치 등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와 오로라를 보러 떠나려는 여행객을 위한 팁, 오로라를 사진으로 남기는 방법 등 실용적인 안내도 함께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패키지 여행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엔 조금 혹했다. 이번 극대기는 2024-2025년으로 예상한다고 하던데 말이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저자가 오로라를 보았던 단 한 번의 여행을 계기로 천체사진가로서 살게 되었다는 것. 나에게도 분명 여러 터닝포인트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저자가 오로라 폭풍을 처음 만났을 때 만큼 강렬하진 못한 것 같다. 일생에 단 한 번 어떤 계기로 내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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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업데이트할 시간입니다 - 흔들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남궁원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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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그릇을 아예 깨뜨리고 다시 만드는 일은 거의 다시 태어나야 하는 것과 맞먹으니까 업데이트라는 단어를 사용한 걸까,
기존의 마음을 어떻게 갱신하자고 이야기를 풀었을까, 그런 궁금증이 생겼다.
생각보다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쉽게 읽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생각을 좀 하면서 읽고 싶어서.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2, 4장에서는 좀처럼 속도를 내고 싶지 않았다.
작가님의 일화가 많이 등장하는데 나는 저럴 수 있었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되게 알 것 같은 경험을 갖고 계시네, 떠올리면 내 지난 시간들을 오버랩하면서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한참 그렇게 과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가끔은 마음이 축 가라앉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홀가분해지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에선 오래 먹먹하기도 했다.
단순히 듣기 좋은 말, 따뜻한 말을 직접적으로 들려주는 것보다 듣는이가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는 시점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다시 천천히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글이 결국엔 좋은 위로가 된다고 믿는다.
모든 글이 다 이런 작용을 하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이 역할을 해내는 글이 수록돼 있다는 것 자체가 내 선호도를 떠나 책을 읽어서 다행이란 생각으로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네잎 클로버보다 세잎 클로버를 주고 싶었던 아이를 여기서 만나서 내심 기뻤고
사랑보다 이별이 따뜻한 순간을 아는 사람이 있어서 반가웠다.

찬찬히 지난 시간 속의 생채기를 돌아보고, 오늘 하루 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골라내고, 생각보다 사람이(나)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고 끄덕이는 시간을 가지는 것 자체로 나 스스로를 업데이트 할 수 있다.
위로를 건네기만 하고 가버리는 책이 아니어서, 지난 나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마음 속 빈 공간이 조금 더 메워졌다.
내 안으로 향한 대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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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은 경단녀를 위한 브랜딩 스타트업
강주연 지음 / 굿위즈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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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말하기 앞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던 부분은 최고의 가독성이다.
자칫 잘못하면 진부하고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인데, 파트별 분량/문단/문장 길이/간격 모두 흡인력을 느낄 만큼 탁월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여러 번 읽고 복습하면서 실천하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고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셀프 브랜딩을 선택하고 실천하고 유지하며 컨설팅까지 가능할 정도로 갈고 닦은 저자의 솔직하고 진정성있는 연대기이자 셀프브랜딩 안내서이다.
글을 시작하며 '친절한'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정보의 호수인 현 시대에 브랜딩 관련해서 공부깨나 했다는 사람들은 알만한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정말 이제 시작하는 사람의 눈높이와 걸음걸이와 호흡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게 읽는 내내 느껴진다.
브랜딩이나 마케팅은 단번에 실적을 쌓아올릴 수 없다. 꾸준히 인내를 갖고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연구해야 하는데, 이제 막 걸음을 뗀 사람들은 더욱이 지침서를 반복적으로 읽고 연습해야 한다. 가독성이 나쁘고 있어보이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저자가 똑똑하단 느낌은 받겠지만 다시 찾고 싶은 멘토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테다.
진득하게 자신을 찾고 끈기있게 나를 탐구하는 과정 중에 마음 터놓거나 고민을 내려놓기 어려운 때가 오더라도 편히 펼칠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개인적으로 "경단녀를 위한"은 좀 아쉽다.(키워드 전쟁 때문일까 싶기도 하지만) 셀프브랜딩에 관심있는 그 누구에게라도 권할 수 있는 책이다. 새내기 po, pm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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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중력에 맞서 - 과학이 내게 알려준 삶의 가치에 대하여
정인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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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 사랑, 행복과 예술, 건강과 노화, 생명과 죽음 이 다섯 영역을 과학의 시선으로 담백하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플래그를 많이 달아본 적 있나 싶을 정도로 담아두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과학을 통해 인생과 삶을 꿰뚫어보는데 차갑거나 딱딱하기 보다 차분하고 다정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처음이다.
가장 유용했던 부분은 감정과 기분에 대해 다룬 이야기들인데, 과학이라는 제3의 눈으로 내가 겪은 감정, 기억, 실수들을 돌아보니 수용과 이해가 되면서 다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경과학을 전공했지만 적용까지 끌어내지 못했던 부분들도 짚고 넘어간 것 같아 홀가분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과정들도 최대한 쉬운 단어들로 설명해주셔서 아주 매끄럽게는 아니더라도 걸리는 것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나라는 사람, 인생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메타인지- 수단을 얻은 것 같아 꼼꼼하게 읽은 책이다. 굉장히 주관적인 영역조차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프레임으로 수용하기까지 과정을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책이라 추천한다.
과학이라는 분야가 단순히 과목이나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아주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 복잡한 순간들을 풀어낼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조금 더 담백하게 이 시간들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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