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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외에서 먹고산다 - 재지 말고 저질러 봐! 9개국 해외취업 도전과 성공
서주형 외 지음 / 봄빛서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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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자취라는 것을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요즘 가족들이 살던 집에서 꽤나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20년 넘게 살고 있는 곳이라서 외롭지가 않다. 하와이에서 한 달정도가 한 지낸 것이 한 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낸 것이다. 짧은 외국 여행은 언제나 설렘과 부푼 꿈을 준다. 그러나 만약 그곳에서 일하면서 살게 된다면 어떨까?가끔 맵고 짠 음식이 먹고 싶어서 한국이 그리웠던 적이 있었다. 나는 요즘 무미건조한 한국에서 벗어난 삶을 꿈꾸고 있다. 어디 나라로 갈 것이 명확한 계획은 없지만 일단 방향성은 그쪽으로 잡아둔 상태다. 차근 차근 준비해나간다면 뜻 대로 되지 않을까? 30년 간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경험이 있으니 다른 30년은 타지에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가 지나면 또 모국이 그리워질테니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만난 이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다들 내 또래인데, 어릴 적에 어떤 생각을 가졌길래 용기를 갖고 이런 멋진 모험을 해냈는지 마냥 부러웠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용기를 갖고 발을 내딛기로 다짐했다. 

이 책은 10명의 청년들이 스웨덴, 홍콩, 독일,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어떻게 해외 취업을 했고, 어떤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생생하게 알려준다. 책 첫번째 페이지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나는 과연 내가 꿈이라고 생각한 것에 대해 얼마나 움직였는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여기 나오는 청년들은 모두 꿈이 확고했고, 남들이 뜯어 말려도 꿋꿋이 자신의 길로 나아갔다. 원래 해외 취업을 막연한 꿈으로 갖고 있었지만 희망을 안고 명확한 현실로 만들어냈다. 현지 생활에서 겪은 공통적인 어려움은 단연코 언어였다. 영어에 대한 고충은 누구나 갖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해외취업이 가능한 자들은 영어를 잘 하니까 가능한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언어 장벽이라는 어려움을 버텨내는 동시에 우리나라와 다른 현지 문화를 즐기면서 보상 받았다. 그들은 지금 지내고 있는 나라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3년 뒤 살게 될 나라는 어디가 될지 궁금해졌다.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선배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조언 중 하나가 바로 '네트워킹을 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직장마저 지금까지 구축한 네트워크 안에 있던 대학 동기나 직장 동료 또는 직장 간부의 추천으로 들어갔다.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대학을 마치고 전공분야와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학연과 지연에 의존할 수 없기에 신뢰도가 높은 사람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별것 아니지만 SNS를 통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잠시 만나 안부를 묻고 어떻게 사는지 커피 한잔 하며 대화를 나눈다. 우연을 가장한 이런 만남이 개인적인 삶이나 업무에 좋은 기회를 마련해줄지 모를 일이다. 다만 내가 필요한 것만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나누는 개념이 중요한 것 같다. (독일, 변유진)


15년째 독일에서 계속 살고 싶은 이유를 꼽으라면 '남을 의식해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게 없는 영혼이 자유로운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기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나라다. 남이 정해주는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정한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 곳인 것 같다. (독일, 변유진)


나는 왜 해외취업을 원하는가. 첫 번째 이유는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과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전자든 후자든 어느 쪽이라도 정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 인생의 주도권 혹은 주인 의식의 무게는 전자가 조금 더 무겁지 않을까. 앞서 여러 차례 긍정적인 우연을 경험했었다고 말했는데, 물론 운좋게 기회를 자주 맞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평소에 어떤 일이든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면 혹은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일에 관심이 생기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사물을 보는 눈이 바뀌고, 귀 기울이는 정보의 종류가 달라지고, 내가 노출되는 환경이나 교류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변하기 때문이다. (유아란, 홍콩)

그동안 나는 직감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왔고, 나 자신이 행운아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살았다. 내가 했던 일들을 디딤돌 삼아 다음으로 도약하고, 때로는 과거에 했던 일들이 마치 오늘을 미리 염두에 두고 계획했던 일인 양 스스로 합리화한 적도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 주어지고, 내 인생은 결코 어는 누구의 인생과 같을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늘 도전하면서 스스로가 원하는 인생을 개척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유아란, 홍콩)

영어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토익, 영어회화 등 안 다녀본 학원이 없을 정도로 투자를 많이 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했으니 영어 공부에 올인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익은 거의 만점에 가까웠고 영어회화도 곧잘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회사에서 일하기는 정말 힘들었다. 다행히도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자신감과 자꾸 반복하면 실력이 늘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경력이 쌓이면 영어는 자동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다. 몇 마디만 알아들어도 금방 내용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중략) 일단 말하고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발음은 정말 중요하다. 내 생각에 한국 사람들의 발음에서 가장 큰 문제는 크게 발음하지 않는 것이다. (네덜란드, 이혜선)


조언에 따라 매일 업무 후 2시간을 활용하여 그날 회사동료들이 메일로 사용했던 단어 및 문장들과 내가 업무 중에 녹음했던 음성파일을 리뷰하고 스스로 업무에 필요한 영어 역량을 강화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막상 해보니 업무에서 사용하는 메일 및 음성들은 최고의 업무 영어 교재들이었다.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던 문장을 2번, 3번 반복해서 들었다. 듣다 보니 업무 관련 전문 용어 이외에는 알아 듣기 쉬운 단어와 간단한 문장구조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업무에 필요한 용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전 세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단어와 최대한 간단한 문장을 가지고 빠른 속도로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동료들이 작성한 메일을 통해서 업무 처리에 필요한 어휘 및 문장구조를 배울 수 있었다. (싱가포르, 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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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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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최근에 정말 재밌게 봤던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여행>, <모든 요일의 기록> 이라는 책이 있다. 작가는 남자 이름을 가진 여자 광고 카피라이터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평범한 여행 이야기를 자기만의 언어와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내어  독자의 공감까지 확보하는 실력을 갖췄다. 그런 그녀의 신작이 나왔다. 다름 아닌 취향에 관련 된 에세이. 그녀의 취향은 아마도 나랑 비슷할 것이라고 예감을 하면서 부푼 기대로 읽어내려갔다. 사소한 일상에서 느끼고 봤던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그녀만의 느낌으로 해석한 것이 흥미롭다. 그녀는 지극히 평범해서 우리랑 별 수 없이 같은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한다. 거기서 오는 동질감으로 그녀의 책을 읽으면 언제나 마음이 편하고 위안 받는 느낌이다. 


꼭 그런 사람들이 있다. 누가 보기엔 정말 하찮은 일이라도 그 일에 기어이 영혼을 불어넣는 사람들. 텔레비전 속에서 '달인'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마주치는, 자부심으로 빛나는 표정의 사람들. 그런 표정으로 자기 일에 몰두하는 일상 속 많은 사람들. 물론 쉽지 않다는 걸 안다. 나에게도 너무 먼 경지다. 하지만 그 경지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까이 해야 한다. 그 에너지가 나에게까지 전파되니까.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또 그 육전과 그 김치를 먹으러 가겠다는 이야기다. 생각만 해도 벌써 침이 고인다. 64p
육전을 내어놓는 술집에서 육전 맛에 반해버린 저자. 여기서 영혼을 다해서 육전과 김치 맛을 내는 주인에게 일을 대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 생각한다. 장사를 하든, 회사를 다니든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얼마나 자신의 혼을 다해서 일하는 가를 자문하게 되는 대목이다. 나는 지금 이 서평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나의 혼을 담아서 하는가.  읽는 사람이 누구이든 내가 서평을 쓰면서 느끼는 에너지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책임감이 막중해진다. 매사에 무엇을 하든 진심을 다해서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상우(봄날은 간다 남주), 루(이게 사랑일까 남주)의 사랑 취향을 가진 나는 어떤 남자와 결혼했냐고? 언젠가 남편이 내게 말했다. "사랑은 한 사람을 평생 알아가는 과정이야." '한 사람을', '평생', '알아가는', '과정' 이 단어들의 의미 하나 하나를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다. 어쨌거나 나는 그 말을 한 사람과 결혼을 했다. 자랑은 여기까지. 85p
재밌게 봤던 '이게 사랑일까'를 저자는 '루'에 대해 인상적으로 봤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나는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보면서 절대 '루'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여자 주인공에 관점과 식어가는 사랑의 현상에 대해서만 보고 이 영화를 좋게 평가했었다. 영화를 볼 때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여기서 또 한 번 느꼈다. 

최근 프랑스 시골의 한 빵집이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남들이 다 쉬는 휴일에도 쉬지 않고 문을 열었다는 것이 벌금의 이유였다.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다니! 그것은 불법이다! 프랑스 노동청은 강경했다. 24시간 편의점의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서 있고 24시간 여는 식당도 가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한국에서 이런 기사를 읽고 있으니 생경했다. (중략) 내 시간은 내가 지키겠다는 다짐. 내 휴가는 내가 챙기겠다는 다짐. 나 말고는 그 시간, 아무도 지켜줄 수 없으니까. 기어이 내가 지켜야 한다. 152p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휴식에 야박하다. 회사를 다니면 언제나 칼퇴, 휴가 등에 눈치를 주거나 받는다. 너무 열심히 달려서 얻은 고속 성장이라는 짦은 역사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나는 내 스스로가 일시 정지를 외치고 쉼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나름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어서 빨리 대한민국 사회에 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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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스웨덴 - 완벽하지 않지만 적당히 행복한 스웨덴 생활기
이성원.조수영 지음 / 지콜론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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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트렌드연구소에 다닌 적이 있었다. 미래 트렌드를 예측해서 관련 리포트를 쓰는 곳이었는데 주로 하는 일은 웹서핑으로 해외 트렌드를 찾는 일이었다. 주로 가상현실, IOT, 자율 주행 드라이빙, 3D프린트 등 테크와 결합된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마케팅에 대한 실험적인 기사거리를 찾아서 뜬구름 잡는 미래를 예측했다. 벌써 4년 전인데도 그때 찾은 기사거리들은 지금 현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매일 새롭고 진보적인 것들을 발견했는데, 그렇게 지내면서 내 머리에서 결코 떠나지 않은 나라가 있었다. 다름 아닌 스웨덴. 그 당시 내게 스웨덴이라는 나라는 눈이 많이 내리는 이름이 그저 이쁜 나라에 불과했다. 그 외에는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뇌리에 박혔는지도 모른다.


스웨덴은 이케아부터 시작해서 볼보, 일렉트로닉눅스, H&M, COS, THULE, ACNE STUDIO 등 의외로 유명한 글로벌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실험적인 디자인, 문화, 마케팅 이벤트등 이 나라에서는 정말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이에 비해 같은 북유럽인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에서는 어떤 획기적인 일을 찾기 힘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스웨덴을 꼭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리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고 두 달간 유럽 여행 중에 진짜 스웨덴을 방문했다. 예상대로 여행했던 유럽 나라 중에서 두번째로 최고였다.

그러다가 1년 전에 브런치에서 어떤 부부가 스웨덴에서의 삶에 대해 연재하는걸 발견했고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묵직한 두께의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방송국 PD였던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스웨덴으로 환경학을 공부하러 유학을 가는데, 초등학교 교사인 남편이 따라가서 2년 간 생활한 모습을 담고 있다. 생활하면서 느끼는 스웨덴의 진짜 모습을 담담헥 담아냈다. 그들은 스웨덴이 좋아도 진짜 좋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여러 각도로 바라보고 장단점을 말해주면서 좋다고 말한다. 딱 제3자의 이방인의 입장에서 스웨덴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점은 좋은데 이런 점은 우리나라가 좀 나은 것 같아. 그치만 이런건 진짜 우리가 배우면 좋을 것 같아.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들은 한국과 스웨덴을 동등하게 비교하기엔 문화, 역사, 자연환경이 너무 달라서 좀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었다. 스웨덴으로 여행 갔을 때, 나는 무조건 한숨만 쉬면서 '우리나라는 정말 아직 멀었어ㅠㅠ' 라는 생각만 했기 때문에 뜨끔했다. 너무 단편적으로 겉모습만 보고 열광했나 싶어 반성하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여행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문화를 알게 되면서 약간 충격도 받고, 여행하면서 봤던 모습을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면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읽는 내내 스웨덴 생활 양식 '라곰'처럼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그렇게 스웨덴의 진짜 모습을 담아냈다. 복지의 천국인 북유럽의 삶이 부러워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이 정신차리게 딱 좋다. 그치만 결과적으로 스웨덴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선진국 문화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마도... 20년 뒤에 실현 가능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뭐 역사나 문화면에서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씁쓸하다.


나는 가끔 우리가 너무 쉽게 한국을 '헬조선'이라 표현한다는 생각이 든다. 스웨덴 친구들한테 이곳의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넌지시 물어보면 쉽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부분 깊게 고민하고 대답했다. 환경, 건축, 교육, 의료 등 친구들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자기가 사는 곳이 지금보다 더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중략) 높은 소득세에 비해 안정된 삶을 보장해준다는 것이 스웨덴의 장점이지만 춥고 긴 겨울 동안 햇빛이 드는 시간이 적어 기분이 우울해진다는 친구들이 많았고 , 스톡홀름의 주택난은 서울과 다른 바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마냥 북유럽의 복지를 부러워하며 우리나라와 비교했는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왜 안되는지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복지가 안정화되었는지는 100년 전통에 걸맞는 정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서의 북유럽과 같은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스웨덴 여행을 갔을 때가 하필 백야행을 볼 수 있는 여름이었다. 내 생에 정말 최상의 아름다운 날씨를 만끽했다. 근데 그 7, 8월 빼고는 정말 음울한 그 자체라고 하니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런 속도로 인해 일하는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것 같다. 노동자는 시간에 덜 쫗기게 되고 장사하는 사람도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저녁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소비자가 조금 불편하고 느려지는 대신 노동자는 그만큼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좀 더 편리한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좀 더 빨리 그리고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유럽 대부분이 이런 시스템인 것 같다. 정말 편의점 하나 없고 6시만 되면 슈퍼가 문을 닫아 당황했다. 그럴 때마다 아 역시 한국이 최고네 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 내면에는 우리의 야근 문화의 원인이 들어있다. 정말 편리한 삶이 가능한데 그 편리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도 노동자일 때는 그만큼 희생하며 일한다. 이런 걸 누리고 싶으면서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운운한다는건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불편하지만 내 생활이 있는 삶을 원하는가 라고 물었을 때, 이런 편리한 생활을 또 포기는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는 문제다.


마트에서 종종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계산대 벨트 위에 물건을 올려둘 때 아무렇게나 쌓아두지 않고 일렬로 알맞게 정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물걸들을 바코드가 보이는 방향으로 올려뒀다. 물건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계산대를 통과하는 모습은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이렇게 하라는 안내 문구가 없는데도 직원들의 수고를 덜어주고나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이런 스웨덴 사람들의 선진국적인 마인드 때문에 내가 스웨덴에 빠져들었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그냥 지도를 알아보기 힘들어서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할머니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어디를 찾느냐고 물어봤다. 1초 고민도 없이 베푸는 친절함에 그들의 마음을 볼 수 있다. 이런게 한 두명이 아니었다. 그들은 남을 배려하고 위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

노동자 개개인 참여해서 연봉 인상률을 논의하고 회사의 부당한 처우나 불리한 복지제도가 있다면 즉각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 그런 문화가 '튀는 행동'으로 취급받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스웨덴이 왜 노동자들의 천국인지 알 수 있는 첫 번째 단서가 될 것이다. (중략) 우리는 후배가 부당한 일을 겪어도 그저 잘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며 다그치거나 달래는 데만 치중한다. 회사에 대한 불만은 뒤에서만 말하는 것이고 앞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결국 찍혀서 고생하니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란 말만 되뇌게 만든다. 나는 절이 싫어서 떠난 중이다. 정말 회사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런 말이 뒤에서 오간다. 그냥 그 상황이 너무 싫었다. 심지어 평등을 강조하는 대단하신 스타트업이었는데 젊은 꼰대가 더 무서웠다고 ㅎㅎㅎ 암튼 과연 스웨덴 회사 문화처럼 되는 날은 언제일까? 그런 날이 오면 나도 회사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 휘게, 오캄 등 삶에 관한 마음가짐이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두는 모습들은 그동안 많이 보고 들어왔다. 스웨덴에도 라곰(Lagom)이라는 스웨덴만의 삶의 태도가 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이라는 뜻이다. 라곰은 스웨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쓰일 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방식 그 자체였다. 일상 속에서 언제나 적당히 자제하고 균형을 맞추면서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삶. 이렇게 평범한 삶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우리나라는 제일 빠르고 제일 많고, 제일 넒어야 하는 것이 문제인걸까. 삶이 참 팍팍하다. 어떻게 사는게 맞는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헬조선을 버리고 떠나려는 마음이 약간 누그러지다가도 또 다시 흔들린다. 음 아무래도 난 편리함보다는 적당한 불편함을 선호하는 사람인 것 같다. 떠나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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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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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길래 이 책을 읽는 독자인 '나'를 지칭하는 줄 알았다.

독자를 이쁘다고 용기를 주는 작가의 여행기라니 기대가 컸다. 
뭔가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 여행의 순간들이 기록되었을 것 같았다. 
근데 읽고 나니 그 '너'는... 그녀가 여행 중 만나서 사귀게 된 남자친구를 말하는 것인 것 같다...

91년생 김지영은 흙수저로 태어나 대입 실패와 연봉이 적은  3D직종의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연을 당한 평범한 청년이었다.
평범한 청년을 찬란한 청춘으로 만든 건 그녀의 작은 용기였다. 없는 돈을 긁어 모아 1년 이상의 세계여행을 강행한다.
어릴 때 인상 깊게 봤던 영화 <나홀로 집에>, <어거스트러쉬> 의 배경지인 뉴욕에 대한 환상 때문에
첫번째 도시는 뉴욕이어야만했다. 그렇게 쉽지 않은 뉴욕 여행기가 시작된다.
눈물 콧물 다 빼먹는 사연들이 귀엽기도 했다.

그녀는 이집트에서 여행 중에 사랑에 빠진다. 긴 여행을 하다가 이렇게 인연을 만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인연이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남자친구가 된 그와 그녀는 여행을 잘 하다가 중간 쯤
다음 행선지가 달랐다. 남자는 인도, 여자는 남미. 그녀는 남미를 포기하고 바로 인도를 따라간다.
계획된 여행지를 변경하고, 무려 180일간 함께 여행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남친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떠난다.
그녀는 그가 떠난 자리를 크게 느끼며, 처음 떠났을 때보다 더 외로운 감정에 사로잡혀서
여행을 헤쳐나간다.. 그러다가 다음 나라에서 또 그가 나온다;; 여행 루트와 차례가 어떻게 된건지 궁금해졌다..
여행기는 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걸로 점철된다..
그를 사랑하는 걸 알겠지만 여행을 통해 그녀 자신을 더 사랑해진 얘기를 듣고 싶었다.
왜 여자들은 빠지면 저렇게 되는 걸까... 씁쓸했다. 

두서 없는 이 여행기는 그녀의 일기를 고스란히 담아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날 하루의 사건과 감정을 충실하게 담아내었고 묘사력도 수준급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사랑에 빠져서 그런지 그 감정은 더없이 찬란했다.
책의 절반이 그에 대한 이야기 뿐이니 그에게 푹 빠진 것이 내게도 온전히 느껴졌다.
이것을 책으로 낼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그녀는 감성이 다분하고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이십대만이 느낄 수 있는 기록을 담아낸 그녀의 용기가 부럽기도 하다.
그치만 맥락없고 두서가 없는 여행일기는 블로그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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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후대비 100문 100답
김건.이현종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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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어떤 때는 120세 시대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아직 8,90년을 더 살아야 한다니 믿을 수가 없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할 때쯤 이 책을 만났다.
연금, 보험, 금융, 부동산까지 종류별로 어떻게 노후를 대비해야 할지 상세하고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사실 나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자는 주의여서 한 번도 미래를 위해서 돈은 저금하거나 해본 적은 없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 내 최대 궁금한 사항은 국민연금이다.
회사 다닐 때 꼬박 꼬박 나가던 연금은 내가 직접 벌어서 사비로 내야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과연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사실 회사를 다닐 때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이 책은 꽤나 긍정적인 입장으로 바라봐서 놀라웠다. 내 주변사람들도 그렇고
막연히 우리가 받을 때쯤이면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라는 소문을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꼭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처럼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국민연금의 혜택이 많으니 개인적으로 가입하면 좋다고 말한다. 국가에서 지급을 보장해주고, 물가 상승률까지 반영해주기 때문에
연금은 현존하는 연금 중에서 가장 좋은 조건으로 받을 수 있단다. 정말 솔깃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이해하기 쉽게 그래프와 인포그래픽으로 잘 설명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또 8년 전에 오빠가 직접 만들어서 손에 쥐어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대한 이야기다.
절대 깨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말에 지금까지 2만원씩 꼬박 꼬박 내고 있다. 
근데 이걸로 어떻게 뭘 해야하는지 아무것도 모른채 있었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이 통장만 있으면 국민, 민영 주택 관계없이 모든 신규 분양 주택에 사용할 수 있는 만능통장이라는 것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래봤자 1.8%...)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이 안나와서 아쉬웠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주니 유익했다.

이 외에도 알아두면 좋은 상식적인 노후 대책에 대해서 정리를 잘 해놓았다.
정말 필요한 것인데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약간 생소한 내용이라 어려울 수도 있는데
계속 심심할 때마다 꺼내 보고 또 봐야지 익숙해질 것 같다.

지금 같은 100세 시대에 꼭 읽어봐야할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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