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아 - 나를 뛰어 넘는다
김영범 지음 / 대산출판사(대산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오천 년의 기록을 담고 있는 정도령을 둘러싼 한중일의 공방전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역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색하다. 작품의 근간은 역사적 사실에 바탕하고 있지만 도입부 이후의 이야기들의 배경은 현대이고 전개의 양상이 역사상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역사적 유물을 지키기 위한 현대의 인물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시대물이라는 타이틀은 그닥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때문에 뒷표지의 '역사소설은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깨 줄, 단 한 권의 소설!'이라는 카피는 애초부터 성립이 되지 않는 말이다.

자극적인 도입부의 내용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은 덜해진다. 흐름상 후반부에서 이야기되는 독도에서 정도령을 모셔오는 부분에서 최고조에 달했어야 하지만 도입부에서 /내용의 전개상 필요없는 부분이 될 수도 있는, 단지 정도령을 지키기 위한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치고는 너무나 자극적인 자살이라든지, 민비시해사건 부분의 상세한 묘사라든지/ 이미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에 후반부 중요한 대목에서의 아쉬움이 컸다. 

또 오천 년 동안 쓰여진 역사가 단 300여 권 뿐이라는 작가의 설정은 너무 과장된 축소다. 작품의 내용상 운반인원의 수를 고려한 설정이었겠지만, 이런 부분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약 500년 간의 기록인 조선왕조실록만 해도 2000여 책이 넘는 방대한 분량인데 그 10배인 오천 년 동안의 기록이 단 300여 권 뿐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러한 기록이 과연 오천년을 지켜왔을 만큼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인데, 이런 의문은 소설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소설에서 정도령을 수호하려는 인물 중 한 사람이 할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할복이라는 것은 일본색이 짙게 풍기는 단어라고 느껴진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할복이라는 것을 행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간혹 있지만 그 사람의 주장도 삼국시대라고 하고 있고 그 뒤의 시대에서의 할복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할복이라는 것은 일본에서의 오랜 전통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일본과 맞서 정도령을 수호하기 위한 인물이 가볍게 사용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대건의 자결 후 수호가문이 되는 박 사장이 과연 어울리는 가다. 수호가문은 대를 이어야 하는 데 박 사장은 사고로 아내와 자식을 잃고 혼자서 살고 있다. 그의 역사 인식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되고도 남을 인물이지만 어차피 대를 이어야 할 수호가문이라는 점을 놓고 본다면 그는 적합한 인물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단점들을 이야기 했는데 이것은 이 소설이 역사적 인식과 애국심에 호소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에서는 좀더 철저하고 탄탄한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단점 만을 지적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실정은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끊임없는 독도 망언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 씌여진 이 소설에서 좀더 탄탄한 설정이 나오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취지는 좋았지만 탄탄한 설정과 구성이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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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범 2007-11-25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많은 관심과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독서이셨기를 바랍니다.

쿵민달 2007-11-2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멋진 작품으로 만나 뵙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