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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강상중 지음, 오근영 옮김 / 사계절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도쿄대 강상중 교수의
<어머니>는 작가의 '어머니의
삶'을 통해 재일교포들의 고난과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을 통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자이니치(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삶을 다큐멘터리 보듯
관찰할 수 있었다.

전쟁의 패배로 인한 국가적인 궁핍에
자이니치로서의 차별대우까지 더해져 그들의 삶은 신산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을 것이다. 16세의 나이에 여자의 몸으로 혈혈단신 남편이 될 사람을 만나기 위해 타국으로 떠난 강상중 교수의
어머니가 겪었을 어려움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왜,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하늘을 향해 던질 뿐 그 어떤 대답도 기다리지 못한채 지옥과도 같은 세상에 또다시 내던져지는 것이
그들의 삶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서두 글을 통해, 괴로울 때나 슬플 때,
또는 몸이 고달플 때면 항상 기도를 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다. 저 세상으로 간 조상들과 대화를 도모하고, 또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위로를
받는 것 말고는 살아갈 아무런 힘도 얻을 수 없었던 어머니의 모습. 그런 어머니를 보고 강상중 교수는 과거의 유물에 집착한다며, 비합리적이라며
창피함을 느끼곤 했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어머니가 늘 붙잡고 있었던 '기도의 세계'야 말로 지금 이
세상, 합리성과 경제성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세상에 꼭 필요한 것중의 하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오늘날 한국의 모습은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피드로 경제성장을 이룬 자랑스러운 국가의 국민으로서 뿌듯함을 느끼는 삶을 살고 있는가? 옆집 사람이 굶어 죽어도 알 수 없고, 알아도
알고 싶지 않은 '효율성'의 삶만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
한편 이책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강상중 교수의 작은 아버지는 일본군 장교
출신이었다. 패전 후 한국으로 돌아온 숙부 강대성은 보란 듯이 변호사로
성공적인 삶을 누린다. 박정희가 그랬던 것처럼. 과거사 청산은
커녕 일본군 장교 출신이라는 건 출세에 커다란 플러스 요인이었을 것이다. 거꾸로 가문의 모든 것을 바쳐서 항일 투쟁을 했던
애국자들은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아본 채 잊혀졌다.
기회주의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돼버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말하면 안 된다. 그 모든 것들이
시발점이 되어 종교비리, 사학비리, 언론비리, 정경유착 등의 문제들이 결합되어 지금 우리나라의 모순으로 남기 때문이다. 도저히 어디서부터 손
대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커져버린 문제들.
따지고 보면, 강상중 교수의 어머니나 작은
아버지나 모두 먹고 살기 위해 그렇게 발버둥 쳤을 것이다. 하지만 살기 위해 한 짓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용서되어서는 안 된다. 혼자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 우린 모두 '같이'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공동체가 살아야 진정한 혼자만의 삶도 유지될 수 있다. 어머니의 기도도
단지 '나와 내 가족만 잘 살자'는 기도는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