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
김태민 지음 / 멜라이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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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저의 열 번째 직업입니다."

이 책을 구매하게 한 문장이다. 열 번째의 직업을 갖는다는 것도 내 기준으로 신기한데, 그게 변호사라니. 도대체 몇 살에 변호사가 된거야? 구매전 알라딘에 올라온 도서정보 속 지은이 소개를 보다 보니 궁금증이 더 증폭됐다.



식품전문변호사이기 전에, 보험설계사, 민간자격증 교육사업가이기도 하고 재무설계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고, 변리사, 세무사, 영양사, 한식조리사 등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라이브홈쇼핑 상품안내자로 활동하기도 했고, 또 꽤 오랫동안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그러나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이 모든 걸 다하고도 네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나랑 나이가 같은???


아니, 이 사람은 하루 24시간이 아닌가? 하루 96시간이 주어지는 거 아니야?

막상 책을 보니 그 비밀을 알 수 있었다.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는 제목이 왜 나온 지 알 수 있겠다. 김태민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궁금한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스타일의 사람. 그래서 당장은 용도가 없을지 몰라도 본인을 설레게 하는 게 있다면 주저 없이 도전했다. 물론 도전하기 전에 고려할 사항은 있었다. 무엇을 해도 지나치게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 그리고 시험을 봐야 한다면 커트라인이 60점만 넘어도 합격할 수 있을 것. 예를 들어 보험설계사 시험, 펀드투자권유대행인 시험, 변액보험판매관리사 시험, 한식조리사 필기시험 등이 그랬다.


내가 60점 커트라인 시험에만 도전하는 이유는 멈추지 않고 진행하기 위해서다.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으면 금세 지치고 힘들어지고 짜증이 난다. 그러면 원래 그 일을 하고 싶었던 좋은 마음이 사라져버린다. 나는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로 100점이 아닌 60점을 커트라인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는 김태민 변호사와 나이도 똑같고 심지어 MBTI도 똑같은데, 그와 달리 이직이란 걸 딱 1번밖에 못해봤을 정도로 도전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그도 나처럼 엄청나게 내성적인 사람인데,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되었을까? 그의 말처럼 내가 매우 새로운 도전을 내가 넘볼 수 없는 거대한 파도로 여긴 건 아니었을까? 반드시 100점을 맞아야 한다는 지나친 압박감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스스로 날개에 무거운 추를 잔뜩 달아놓지 않았는가?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를 읽다 보면 정말 지금 나의 결정이 미래에 어떤 결정을 가져올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묘미를 관찰할 수 있다. 서울대 식품공학과에 입학하고도, 중간에 때려치우고 이런저런 학교를 전전하다가 나이 37살에 부산에 있는 로스쿨에 입학하기까지 그 과정만 보면 분명 많은 사람이 걱정했겠지. "저 사람 도대체 나중에 뭐가 되려고? 저리도 방황하나..." 하지만 남들이 방황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갈지자 행보가 결국 나중에 그에게 무엇을 선물했나? 국내 유일의, 식품을 전공하고 식약처 근무 경력이 있는 식품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나도 뭔가를 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말 하지 말아야겠다.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만으로 40점은 따고 들어가는 거니까 20점만 더 올려보자.


이탈리아 로마와 포지타노를 오가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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