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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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타인의 서재'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늘 유목민 같은 삶을 살아서 언제든 짐을 쌀 각오를 했던 나는, 책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절제해야 했고 그와 동시에 서재에 대한 로망도 커졌다.

 

이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된 동기도 '남의 서재를 엿보기' 위해서였다. 아니, 그냥 남의 서재가 아니라, 내로라하는 知의 거장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이다.

그의 서재는 책들이 사는 거대한 마을과도 같다. 바로 고양이 빌딩이다.

 

주머니 가볍고 시간이 부족한 나는 고양이 빌딩을 통해, 책으로 세계여행을 떠난다. 공간을 가르는 세계여행 뿐만이 아니라, 시간을 가르는 시간탐험도 동시에 가능하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에는 그 여행을 할 수 있는 티켓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미로 같은 그의 서재 곳곳을 따라가면서 그의 인생을 보았고, 동시에 그의 뇌관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서가를 보면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보이며, 책 자체에 한 사람의 추억이 담겨 있다. 

책은 어떤 이를 이루는 무형의 물질이며, 그가 살아온 역사이다.

 

분자생물학부터 핵발전소, 과학사, 역사, 세계의 종교, 수상쩍고 흥미로운 빨간 책들까지 그 범위와 깊이를 알 수 없는 방대한 知의 영토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눈이 커진다. 평생에 걸쳐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나갔으리라.

 

먹고 읽는 것이 내 자신을 만든다면, 그리고 지금 내 책장에 보이는 책들의 얼굴이 내 머릿속을 대변해주는 것이라면,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묘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계를 밟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고양이 빌딩의 지하, 1층, 계단, 그리고 옥상까지 빌딩 곳곳에 '시간과 공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보석같은 티켓들이 숨겨져 있고 어느 곳을 먼저 여행하든 그것은 당신의 자유이다.

 

오늘 나는 고양이 빌딩 지하1층과 2층 사이에서, 팔레스타인으로 가는 티켓을 찾았다. 여행을 잘 하기 위해서 그 나라의 정치와 문화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좀더 소양을 넓히고 외국어 하나쯤 더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이 없어도 시간이 부족해도 좋다.

지금 당장, 당신의 책상 앞에서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다.

가성비 훌륭한 '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티켓팅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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